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에 한국어교육학과 자리잡기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ISE)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 신생학과이다 보니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 중 하나가 '학과 홍보'였다. 특히 신입생 유치가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는데, 누구라도 학과를 알아야 배우러 오기에 자연스럽게 고민했던 부분이 학과 홍보였던 듯하다. 낯선 땅에 학과를 뿌리내리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은 많았으나, 그 중에서도 한국어 교육학과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지금부터 2회에 걸쳐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파라과이 국립 교원대학교에 자리잡기'를 시작으로, 파라과이에서 학과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본격 고생담(혹은 노력담)을 풀어보겠다.
올해(2018년) 50주년을 맞이한 ISE 안에서 가장 막내학과인 우리 학과는 ISE 안에서도 하나의 학과로서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뭐,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랜 전통의 타학과들과 더불어 이질감없이 ISE 안에 녹아들기 위해, (한 마디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학교 내에 학과를 알리고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우리가 학과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했던 것은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ISE에는 Dia de Folklore(민속의 날), Semana de Juventud(청춘의 주), Semana de Lenguas(언어의 주)와 같은 굵직한 행사들이 있다. 교내의 큰 행사들만큼 학과를 알리기 좋은 장소가 어디있겠는가! 게다가 준비회의부터 참여하며 자연스레 타과와 교류 시작!
민속의 날에는 각 학과가 파라과이의 민속과 관련된 스탠드를 준비하는데, 심사위원들이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ISE 내에 두 개뿐인 외국어 교육학과(영어 교육학과와 한국어 교육학과)는 파라과이 민속이 아니라 각 학과와 관련된 국가의 민속을 주제로 스탠드를 준비한다.
한국어 교육학과는 당연히 한국과 관련된 무언가를 준비하는데,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집에 있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스탠드를 마련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저곳에서 지원받은 물품들로 스탠드는 금방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한복을 입고, 한국 관련 서적 및 여러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전통 놀이 판을 깔기도 한다. 떡볶이를 요리하고 김밥을 만들고 컵라면을 준비하기도 한다. (가장 큰 인기는 역시 음식이다ㅎㅎ)
청준의 주와 언어의 주 행사에도 학과 스탠드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 동안 여러 번 스탠드 준비를 반복하며 경험이 쌓여, 이제는 척하면 척 준비를 끝낸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든 우리 학과 스탠드가 2015년 민속의 날에 3등을 했다!
청춘의 주는 운동회를 한다. 운동회지만 운동경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학과 학생들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운동에 약해 운동 종목에서는 보통 예선에서 탈락이다. 하지만, 그 외의 종목은 모두 잘한다. 2016년에는 <세종팀>이라는 이름으로 젠가에서 1등을 했고 상식 퀴즈대회에서도 순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장기자랑 무대에서 KPOP 음악에 맞춘 플래시몹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는 가장행렬 부분에서 2위에 올랐고, Miss ISE에서 우리학과 대표로 나간 학생이 1위를 했다.
이제는 한국어 교육학과가 ISE에서 낯설지 않다. ISE의 선생님이라면 혹은 학생이라면 한국어교육학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학생위원회장 선거에서 우리학과 학생이 학생위원회장이 되는 경사도 있었다. 이 작은 학과에서 학생대표가 선출되다니! 이쯤이면 우리 학과는 ISE 안에 잘 자리잡은 것 같다.
홍보 외에 ISE 내에서 중요했던 많은 것들 중 딱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코디네이터(한국이라면 학과장) 선생님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우리 학과의 코디네이터 선생님은 현지인 파라과이 선생님이다. 물론 한국어도 못하시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는 분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우리 학과를 사랑하는 1인으로 몇 년동안 학과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셨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모르는 코디네이터 선생님과 갈등과 마찰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 하겠다. 우리가 오해한 것들도, 우리에 대해서 오해했던 것들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때로는 덮고, 때로는 풀면서 그렇게 지나왔다. 학과의 진정한 현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말이다. 파견 근무를 하며 언젠가 떠날 지 모르는 (혹은 언젠가는 분명히 떠나는) 한국인 선생님들보다 현지인 학과장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 곧 우리 학과의 위치가 공고해지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마음으로 쓰렸던 기억은 덮는다.)
이제 ISE 안에 작은 싹을 틔웠다.
쑥쑥 자라 꽃피기 위한 과제들이 많지만,
첫 관문은 통과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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