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에서 고군분투 학과PR
지난 #6에 이어서 남미 한 가운데에서 한국어 교육학과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하려 한다. #6에서 이야기했듯 파라과이 국립 교원 대학 내에서 자리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이야기 할 '파라과이에 학과를 알리는 것'은 정말 더 없이 중요했다. 결국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파라과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는 외국어 교육학과가 그리 흔하지 않고(현재 우리 학교 내에 외국어 교육학과는 영어교육학과와 한국어교육학과가 유일) 한국어를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운다는 것도 매우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에 파라과이 내에서 우리의 존재는 마치 "믿을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2016년부터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1년에 2번, 1학기 끝자락과 2학기 끝자락에 우리가 했던 행사들과 참여했던 행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온오프라인으로 학과 신문을 발행한 것이다. 신문 기사는 우리 학생들이 썼다. 처음에는 학생 기자단을 선발했다. 학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학생들은 반드시 참여하여 사진을 찍고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기사를 썼다. 물론 한국어는 내가 손을 봐야 했지만 최대한 학생들의 문장을 존중해서 고치려 노력했다. 이를 학과 페이스북에 단신으로 올리고 학기가 끝날 무렵 이 단신들을 모아 신문을 발행했다. 처음에는 학생 기자단을 선발해서 기사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다가, 어느 순간 돈으로 학생들을 길들여서는 안될 것 같아, 기사료 지급 장식을 없애고 장학금을 받는 장학생들 혹은 행사에 있던 학생들 중 그날의 기사를 쓰고 싶은 학생들이 일일명예기자로 기사를 쓰게 되었다. 발행한 오프라인 신문은 현지 학교들과 한국 관련 기관들에 배포했다.
파라과이에도 한국 관련 행사들이 있다. 주로 KPOP 행사들, 음식 행사들이 많은데 주로 대사관이나 한인회에서 개최하는 행사들이다. 대사관에서는 매해 KPOP Festival 행사를 개최하고, 가끔 한국 영화제 등 문화 행사를 하기도 하며, 한인회에서는 매해 HANGUK Festival을 개최한다. 2017년까지는 민간에서 개최한 K-food Festival이라는 행사도 열렸었다. 이런 곳에 오는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적어도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오기 때문에 학과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행사에서 스탠드 한 구역을 받거나, 학생들이 도우미로 참여하여 학과를 홍보했다. 내 명함을 돌리고 학과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나는 거의 매번 한복을 입고 가서 매체와 인터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는 아마 내 한복입은 모습을 보지 못한 신입생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정도로 땀띠나게 한복을 입고 다녔더랬다.
다른 기관들의 행사에 참여하여 우리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우리의 이름으로 행사를 직접 열어보기로 했다. 외교부에서 주최하는 공공외교 프로젝트 공모에 "HOLA COREA"라는 이름으로 참여하였고 우리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다. 우리가 했던 프로젝트는 TERMO 디자인 공모전과 영화제였다.
10월의 한 주 주말을 토요일에는 영화제와 공모전 예선작 전시를 하고 일요일에는 예선작 중 1위~3위를 가리고 시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파라과이의 상징이자, 파라과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있는 TERMO라는 물통에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 공모를 개최했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총 70여 작품이 도착했고, 그중 십여 작품을 예선 통과작으로 선정했다. 처음에는 디자인만 받았고, 예선 통과작에게는 실물 제작 비용을 지원하여 본인의 디자인을 실제로 만들어 제출하도록 했다. 이 작품들은 영화제가 있던 날, 영화관이 있는 쇼핑몰 복도에 전시하였고 인기 투표도 하고 우리 학생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기도 했다. (작품을 받을 때 설명을 함께 받았기에, 이를 바탕으로 설명한 것이다.)
영화제는 어떤 영화를 보여 줄 지 매우 고심 끝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상영했는데, 남한과 북한이라는 주제가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점이고, 가장 많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인 것 같아 이 영화를 골랐다. 그냥 영화 상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자를 두어 영화를 보기 전에 한국 전쟁 발발 배경과 전개, 결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영화 중간에 퀴즈쇼도 진행했다. 대사님께서도 오셔서 축사를 해 주셨다.
이튿날 예선작 시상식을 한 호텔에서 개최했으며 심사위원으로는 교육부 차관, 대사관 영사님, 한국교육원 원장님, 파라과이 유명 영화감독, 한인회 회장님이 참여하였고, 1등은 1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 공모전에 참여한 사람들 중 한국어나 한글에 대한 관심이 없다가 이 공모전을 위해 한글에 대해 알아보고 연구해서 디자인을 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이 행사들의 진행 도우미는 모두 우리 학생들이었으며 행사 관련 모든 배포물에는 학과 로고와 학과 설명 및 홍보등이 들어갔다.
이 행사 후, 2017년과 2018년에는 연극 행사를 준비했다. 학생들이 우리 문화를 함께 공부하고 익히는 시간이자, 파라과이에 우리의 존재를 마음껏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2017년에는 견우와 직녀, 그리고 현재 2019년 2월 공연을 앞두고 현대문학작품들 중 6개의 단편소설(봄봄, 동백꽃,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소나기, 운수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을 골라 한 작품에 3개씩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연극은 신입생을 받는 기간인 2월에 연다. 신입생 모집에 연극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날짜를 그리 정했다. 지금 연극 홍보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한번 행사를 할 때마다, 특히 2017년 연극을 했을 때 연극 홍보를 시작한 후, 학과 홈페이지 방문자 수와 팔로우 숫자가 많이 늘어났었다. 늘 그랬듯,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 부디 올해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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