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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선생 Jan 13. 2019

#13. 개도국에서 '한국어 교육'이란

개도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의미

 파라과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했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국가에서 '한국어 교육'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다. 개발도상국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바쁜 사회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고, 게다가 지구 반대편의 언어인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냉정하게 생각하면 먹고 사는 데에 별로 도움될 것 같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인 파라과이에 한국어교육학과가 있다. 게다가, 많은 개발 도상국에 코이카에서 한국어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고, 우리 학교에도 코이카 봉사단원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어 교육의 의미를 고민하고 고민하여 내린 결론은 이들에게 조금은 다른 세상을 보여 줄 수 있는 창을 제공해 줄 수 있고, 이 창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이를 통해 개인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어 능력을 활용하여 한국에 직접 유학을 가게 된다면, 한국의 선진 기술과 시스템을 배울 수 있고, 다시 고국에 돌아와 이를 적용하여 개도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즉, 한국어가 개도국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어떤 초석을 마련해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 학생들을 보면, 입학했을 때와 졸업할 때 '사람'으로서 많은 성장을 한다.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사람을 더 열린 사람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에서 한국어 교육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떠나 개도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마음이 아픈 일들이 많다. 장학금을 아무리 줘도 장학금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전체 학생의 생활비를 책입져 줄 수는 없고, 학비 장학금을 줘도 생활비 문제로 그만두는 학생을 너무 쉽게 보게 되는 것은 마음이 좋지 않다. 또한 한국에서 제공하는 많은 유학 장학금 기회가 있어도 서류 준비할 돈조차 마련을 하지 못해서, 혹은 장학금이 제공되지 않는 생활비나 기숙사비 혹은 비행기값을 구하지 못해 이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마음같아서는 내 돈이라도 털어 주고 싶지만, 한 두명에게 주다보면 결국은 이게 시스템인 것 마냥 굳어지게 될 것이 우려되어 그럴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지원하는 문제는 매우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어떨 때보면 한국에서 돈을 지원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할 때가 많았다. 돈이 없다는 말도 아이들은 입버릇처럼 한다. 교재를 사오라고 해도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다고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날 매점에서 보면 맛있는 것들을 한 가득사서 먹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늘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이 정말 좋은 당근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참 어려운 숙제다.  

   이런 삶이라 그런 지, 도전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많다. 어떤 대회나 공모전, 혹은 장학 프로그램에 도전조차 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이러한 것을 깨보려고, 환경에 익숙해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각종 대회를 만들어 보기도 했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조금은 더 용감해지고, 과감해지기를 바란다. 스스로에게 자심감을 갖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작은 도전들이 모여 개인의 성장과 개도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없이 좋다.




   개도국에서 한국어 교사를 한다면 한국어 교육의 의미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돈은 당근이자 독이 될 수 있어, 지혜가 많이 필요하다. 


  내 고민의 결론은, 

 한국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이 학생들을 통해 이 사회가 나아지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면, 한국어 교육은 개도국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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