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언젠가 가이드가 필요하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였다. 어느 탐험가가 있었다. 경력이 10년은 훌쩍 넘어 보이는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가벼운 배낭 하나하나 맨 채로 전 세계 곳곳을 돌며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하던 탐험가. 때로는 드넓게 펼쳐진 초록이 가득하고 고기와 먹을 것이 풍요로운 마을에서 잘 얻어먹기도 하고, 어느 때는 산골 깊숙이 밀가루 반죽 한쪽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곳에서 손님 대접이라 식구들보다 큰 밀가루 반죽을 얻어 미안할 지경인 적도 있었다. 또 언제는 마을에 들러 일손을 돕고 조금 좁고 불편했지만 토착민들이 하는 그대로 잠에 드는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귀한 경험이었고 탐험가는 경험이 점점 더 쌓인 전문가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탐험가는 높고 험준한 산에 오르게 되었다. 20대의 그 라면 혼자서 몇 번을 오르고도 남았을 텐데 그는 일단 짐을 맡겨놓고 가이드까지 대동해 산을 오르기로 했다.'아니 그는 경험이 쌓인 전문가인데? 왜 가이드가 필요하지?'하고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와 가이드의 관계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고, 둘 중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전문가는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의지할 수 없고,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한 질문이나 의견 교환을 넘어 무거운 짐도 맡겨 놓고 가이드까지 대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이라니. 잘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도 평소엔 다르게 여기고 있었나 보다. 또 한 가지 배워간다.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어도 새로운 것이 있다면 물어가며 배울 수도 있고, 체력이나 순발력 등등 어딘가 부족하고 약한 부분이 생기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