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une Jul 25. 2022

엄마가 없는 동안에도 나는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음을


'아, 나 이런 건 엄마 닮았구나.'

엄마랑 살면서 이런 생각이 종종 든 적이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이니 닮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도 어떻게 점점 더 닮아가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 같은지 신기하기도 하다. 먹는 거 좋아하는 거 콧바람 쐬는 거 좋아하는 거 닮은 건 알았지만 이런 부분도 닮았구나 하는 발견.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닮고 싶은 아이였다. 엄마는 주위로부터 항상 이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고, 우리한테는 무서운 사자 같은 사람 일 때도 있지만 밖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공주"취급을 받을 정도로 예쁜 목소리에 애교도 많고 순수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 닮았다는 얘기를 거의 들은 적이 없어서 속상하기도 했다. 옛날부터 나는 '아빠 빼박이'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 종종 "이런 건 지 아빠랑 똑같아가지고"라고 할 때가 있었는데 (주로 혼낼 때), 사춘기였을 때는 유난히 아빠 닮았다는 말이 싫어서 그렇게 아빠랑 안 닮으려고 노력을 했었더랬다. 예를 들어서 우리 아버지는 진짜 할아버지도 인정하신 고집쟁이로 유명한데, 한 번 한 말은 절대 바꾸지 않기로 김 씨 집안에서 유명했다. 좋게 말해서 대쪽 같고, 나쁘게 말해서 융통성이 1도 없는 성격이다. 그런 아빠의 딱딱한 성격을 닮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실패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의문의 1패.


어렸을 때부터 외모든 성격이든 아버지 닮은 곳은 싫든 좋은 많이 의식했던  같은데 엄마와 닮은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같다.



새로 발견한 엄마와 닮은 부분들


나이가 들수록 엄마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특히 외모적으로 갈수록 엄마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어렸을 때 보다 많이 예뻐졌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또 몇 가지는 엄마를 타산지석 삼아 나는 좀 고쳐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다.


나는 지난 6년간 일본에서 7조짜리 ,  8평짜리 집에서 살다가 이직을 하면서 조금  넓은 곳으로 이사   본격  꾸미기에 취미를 들였는데, 집을 꾸미고 정리정돈을 하는데 취미가 있는 것도 이제와 보니 엄마를 닮은  같았다. 하지만 수건 거는 방향까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는 것도 엄마를 닮은 거다!


엄마와 생활하면서 이런 엄마만의 '최상의 효율을 자랑하는 규칙들'때문에 싸운 적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하고 나도 편한 마음으로 지낼  있는 융통성을 지녀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는 것은 내가 독립하면서부터 생겨난 나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엄마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YMCA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면 어떤  배우면 좋을까 하고 눈을 반짝이는 엄마를 보았고, 그림을  그리는 엄마를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클래스 101 수업도 끊어 드렸더니 인강이 닳을 때까지 들으셨다. 조금이라도 성장하길 바라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욕도 엄마를 닮은 것이라 생각하니 러닝메이트를 만난  같은 반가움이 일었다.


매일 같이 운동했던 모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닮아갔던가.


엄마는 30년 넘게 울산에서만 살았고, 나는 그동안 집을 떠나 서울과 도쿄에서 혼자 살면서 엄마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왔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점점 더 닮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닮아 갈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와는 좋은 친구처럼 서로의 인생을 응원해 주는 관계가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면서도 또 같이 갈 우리의 날들이 기대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