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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une Apr 24. 2023

베트남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100% 이 사람들뿐


'아, 내가 베트남에 왔구나'하고 하노이 공항에 내려 처음 느낀 것은 공항에서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아들를 안고있는 아버지와, 딸을 안고 있는 어머니 4인 가족이 스쿠터하나에 올라타고 달리는 것을 봤을 때였다.


누군가는 베트남에 갔다가 가장 진절머리가 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거의 중독되듯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 바로 오토바이다. 첫 여행지인 하노이에 도착한지 셋째날. 아무리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써도 더 멀리 가자니 오토바이 피하면서 좁은 인도로 가기에는 무리였다. 혼자인데 차를 부르려고 하니 좀 아깝기도하고 남들 다 타고다니는데! 싶어서 이제까지 좀 무서워서 타지 않았던 오토바이를 타봤다. 타자마자 든 생각은,


'아놔, 나 왜 이틀동안 걸어다녔지?!'


베트남은 오토바이 타는 맛


아니 이거 너무 신나잖아!

이거구나! 그냥 너무 신나는 거다! 매번 타도 매번 막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공기가 나쁜 하노이에서조차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바람은 시원하고 짜릿했다. 길이 한산할 때 씽씽 달리면 무섭기도하지만 엄청난 자유가 느껴졌다. 자동차를 타고 달릴 때나, 맨날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것들이었다.


베트남에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관광객 뿐이다. 그것도 초보여행자. 베트남 사람들은 아마 자기 오토바이가 고장났더라도 다른 사람 것을 얻어타는 한이 있어도 걸어다닐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노이에서 처음 이틀 동안 길거리만 걸어 나가면 자전거 인력거 탈래? 차 탈래? 오토바이 탈래? 어디까지가? 하고 하도 호객을 당해서 '내가 관광객인거 어떻게 알지? 내가 엄청 한국인처럼 생기긴 생겼나 보다' 했는데 아니다, 내가 걸어다녀서 그런거였다.



오토바이는 어디든지 어울려


베트남에서 걸어다니는 당신, 아직 멀었군요

관광객들 중에서도 오토바이 활용법만 봐도 베트남 여행 등급(?)이 나뉘는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 아직 베트남 온지 하루 이틀 밖에 안되셨나보다'하고, 그랩(베트남의 교통수단 예약어플) 으로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불러타는 사람들은 기본 3일은 넘은 사람들. 자기가 오토바이를 몰거나, 남의 걸 얻어타도 자기 헬멧을 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 분 베트남 장기체류 중이구나, 아니면 사시는 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다.


한 번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하면, 오토바이로 꽉꽉채워져서 걸을 곳이라곤 발 하나 들어갈 자리밖에 없는 지저분한 길거리를 어떻게서든 걸어다니던 시절로는 되돌아 갈 수가 없다. 나도 너무 안걸어 다니는 것 같아서 건강을 위해 다시 걷기를 시도하다가도 5분만에 포기했다. 10분 타는데 1000원정도 밖에 안나오는 걸 30분 넘게 힘들게 걸어다니는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랄까.


그랩으로 오토바이도 착착 잘 잡아타고, 로컬 사람들이 먹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혼자 쌀국수를 시켜먹는 멋진 나 자신에 취해버린 여행 4일차. 나의 베트남 여행에 대한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이거 뭐, 온지 4일 만에 거의 베트남 주민다됐는데? 역시, 난 여행 체질인가봐'. 그리고 꼭 이렇게 여행 부심 차오를 때, 나는 오토바이 사기를 당하면서 참교육을 당하게 된다.


두려움 없던 시절에 먹었던 노점상 쌀국수


쌀국수 하나 걸치고, 관광지로 가려고 오토바이를 부르려고 어플을 열었는데 때마침 앞에 있던 오토바이 기사분이 자기가 2만동에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태워준다고 하는 것이다. 어플에서 지불하는 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하고 구글 지도로 내려줄 곳도 재차 확인을 하고 탔는데 내릴 때 되니 베트남동이 아니고 미국 달러로 20달러라고 얘기했다고 돈을 더 달라 우기는 것이다.


아니 20달러면 우리돈 3만원 가까운 돈인데 이 기사가 미쳤나하고 말싸움을 하면서 2만동을 주려고 지갑을 열어서 돈을 꺼냈더니 내 손에서 20만동 짜리를 강제로 뺏어들고 베트남어로 뭐라뭐라 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순간 엄청 무서워지면서 그 자리에서 뺏긴 20만동짜리만 주고 도망을 쳤다.


20만동이면 보통 어플로 지불하는 가격의 10배에, 우리돈으로도 만원 넘는 가격이지만 거기서 기사가 돈을 뺏는 물리적인 행사를 조금 가한 것 만으로도 나는 순간 너무 쫄아버렸고, 베트남어도 싸울 기백도 없었어서 피해버렸다. 물론 그 기사가 나에게 사기를 친 것이니 그 사람이 백프로 나쁘지만, 베트남어도 잘 할 줄 모르면서 아무나 믿고 탄 나도 너무 거만했다. 이후로는 길에서 뭐 타라고 말 거는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꼭 어플로만 예약해서 탔다.



그래도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는 이유

쫄지말고 이 시류에 합류해보자


베트남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시내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버스도 느리고 대수도 적으며, 하노이에 이제 지하철이 막 생겼다고 하고 호치민에는 올해 생길까말까다. 그래서 자가 교통 수단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데 자동차는 세금도 너무 비싸고, 자전거는 더운 나라에서 타고 다니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오토바이가 가장 합리적인 것같다.


베트남에서 도로위의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사람) > 오토바이 >> 자동차 같은 느낌이다. 왜 사람이 먼저왔는고 하면, 사람이나 오토바이나 서로서로 신호가 있어도 잘 지키지 않는 때가 많이 때문에 일단 사람이 건너가면 멈춰주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어딜감히 오토바이가 자동차 주행을 방해하겠냐만은 베트남에서 자동차는 일단 잠자코 오토바이에 방해되지 않게 달려야 한다.


오토바이 관한 진풍경이 많다. 일단 베트남에서 인도라는 것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곳이 아니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거나, 좌판을 깔아놓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곳이다. 이 나라에서 여행하며 자동차 주차장은 손에 꼽을 듯이 봤지만, 어딜가나 오토바이 주차장은 있고, 없어도 일단 빈곳에는 세울 수 있다. 어디 걸어다니다가 거대한 문 앞에 수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다면, 그 곳은 학교앞이다. 학부모들이 아이들 하교를 기다리는 것이다.



오토바이 너무 위험한데 이거?!

냐짱 해변에 세워진 오토바이들


금사빠인 나에게 오토바이는 너무 위험한 존재였다. 왜 청춘 영화를 보면 젊은 연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지, 내가 직접 타보고 알았다.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며 시원한 바람을 타고 달릴 때, 뭐지 이 낭만적인 순간은! 방금 만난 기사님인데도 나의 생명을 온전히 맡길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사님의 등짝을 보며 달리기 시작하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위험해


베트남 사람들은 운전 하면서도 페이스북 동영상을 볼 수 있고, 뒷자석에서는 양손으로 문자를 쓸 정도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거의 걷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런데도 굳이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허리를 꽉 감싸안고 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연인들이다. 베트남 연인들이 커플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것을 보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도 베트남에서 만난 인연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 시간들이다. 호이안과 밤거리나, 햇빛 화창한 날에 달린 쭉 뻗은 다낭의 해변 도로, 굽이굽이 헤치고 달리던 푸른 달랏의 숲길을 그의 허리를 꽉 잡고, 따스한 등의 체온을 내 품으로 느끼며 달렸던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호치민의 흔한 밤거리


오토바이가 그닥 안전하지 않은 이동 수단 이긴 하다. 하지만 베트남에 혼자 여행 오신다면 오토바이 이동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다. 아마도 당신의 베트남 여행은 오토바이를 타기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면허가 있다고 해도 도심에서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로써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추천드리지 않지만, 아래의 그랩 앱을 꼭 다운 받으셔서 바이크를 불러서 뒷자리 꼭 붙잡고 타는 건 괜찮으실 듯.


베트남 여행 국민앱 "그랩(Grab) " 다운 받기: 자동차, 오토바이 예약, 음식 배달도 가능!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rabtaxi.passenger&hl=ko&gl=US


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시티투어도 해볼만 하다. 현지인 감성 그대로 빠르게 도시의 주요 볼거리를 돌아볼 수 있다. 아래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내가 직접 체험했던 추천 할만한 오토바이 시티투어 링크를 남기니, 곧 호치민이나 하노이로 여행 예정이신 분들은  베트남의 오토바이 바람을 느끼시며 색다른 체험을 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클룩 하노이 조인/프라이빗 오토바이 투어 : 엄마랑 둘이서 했던 하노이 오토바이 투어. 각각 오토바이를 태워주는 가이드가 배정된다. 기본 영어투어 이니, 한국어 가이드는 예약할 때 요청하면 좋을 듯. 간단한 식사 포함 4시간 정도 인데 금방 끝난다. 오전과 오후 투어가 있음. 지안씨 여기서 만남


클룩 호치민 스트리트 푸드 스쿠터 투어 : 혼자 호치민 여행 할 때 참석했던 투어. 너무나 귀엽고 밝은 호치민 대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교류할 수 있다. 참가 인원이 항상 많은 것 같아 혼잡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 친구사귀기에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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