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노동력 공급 국가에서 첨단 기술 보유국으로의 전환
4차 산업혁명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이다. 페이스북, 우버, 테슬라, 아마존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업들은 모두 미국 기업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미국이 앞으로도 새로운 사회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주역은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로봇' 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은 엄청난 수의 저가 노동력이었다. 저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여 중국의 제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제조업의 성공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중국은 저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세계 제1의 국가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평균 노동자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1996년, 중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대략 $77 수준이었다.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 중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약 $460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GDP를 증가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향상시켜 왔다.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해야 GDP의 한 축인 소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1970년대 거의 재앙에 가까웠던 "1가구 1출산" 정책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했지만 1% 대로 떨어진 중국의 출산율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 한국을 이어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 되었다. 또한 이 정책으로 인해 성비가 극심하게 불균형해지면서 미래 세대의 인구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2025년, 중국의 결혼 적령기 남성의 수는 약 9천 6백만 명, 여성의 수는 약 8천 6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저출산, 인구감소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축복인가 재앙인가?")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어주었던 저가 노동력은 그 힘은 상실했다. 미국과 어비싸고 부족한 노동력은 로봇으로 대체한다깨를 나란히 하는 G2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느낀 중국 정부가 선택한 새로운 동력은 바로 '로봇' 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최대 로봇 수입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추이가 계속 유지된다면 2018년에는 전 세계에 도입된 로봇의 수 가운데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로봇 수입뿐 아니라 자체적인 로봇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봇 산업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 부은 결과 중국 로봇 산업은 군수용, 산업용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모든 산업 분야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2025년까지 산업 전반을 인력이 필요없는 수준까지 '자동화' 시킬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저가 노동력에 의존해왔던 중국 경제 시스템을 최첨단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완전히 전환시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다른 서구 국가들과 달리 로봇을 도입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로봇에 '로봇세 (Robot Tax)'를 부과하자는 논의도 제기되었을 정도이다. (로봇세 정의, 로봇세 찬성, 반대 의견 : 로봇세 도입,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위기의 해법인가?) 이와 달리 중국 문화는 로봇 친화적이다. 마오주의자들의 경전과도 같은 '열자(列子)' 에는 고대에도 정교한 로봇이 있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갔다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날 목왕이 곤륜산 너머 먼 서쪽까지 갔다가 중원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도중 들른 한 제후국에서 언사라는 기술자를 바치고 싶다고 청했다. 목왕이 이를 허락하자 언사는 목왕에게 자신이 만든 '말하는 인형'을 선보였다. 인형의 턱을 만지자 인형은 노래를 불렀고 팔을 들어올리면 춤을 췄는데 진짜 인간 같았다. 그러나 연기가 끝날 무렵 인형은 목왕 옆에 있던 후궁들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러자 목왕은 격노해 "이것은 인형이 아니고 인간임이 틀림없다"면서 언사를 죽이려 했다. 놀란 언사는 황급히 인형을 분해해 목왕에게 보여주었다. 목왕이 보니 인형은 모두 가죽이나 나무를 아교와 옻으로 붙여 만든 것이었다. 또 자세히 보니 인형의 간장, 심장, 폐, 비장, 신장, 위, 근골, 사지, 피부, 치아, 머리카락 등이 모두 모조품이었지만 인간의 신체 구조와 같았고 빠진 부분이 없었다. 다시 이 부품들을 조립하자 또 노래하고 춤 출 수 있는 인형이 됐다. - 열자 탕문편(湯問編)
'열자'는 마오주의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는 책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마오를 신봉하므로 중국인 대다수가 '열자'를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열자'를 읽고 또 읽으면서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로봇에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이 로봇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고민하고 있을 때 중국은 가장 앞서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한 국가 내에서도 로봇 산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머지 않아 로봇 종주국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국의 폐쇄적인 사회 시스템이 중국 경제에 해만 끼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유일하게 로봇 산업에서는 사회주의가 장점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