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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Apr 01. 2024

2024. 3. 29.

열두 번째 ©Myeongjae Lee

OZ8985.

18:45→19:25,  탑승구 16, 좌석 30B→21K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뒤통수 너머로 세 번이나 같은 소리가 들리길래 고개를 들고 왼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승무원을 쳐다봤다. 승무원은 이제야 미션이 완수되었다 생각했는지 바로 몸을 돌렸다. 이미 한참 전에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핸드폰 메모장에 이런저런 메모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아마도 승무원은 내가 일반모드에서 계속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차라리 "21K 승객님,..."이라고 콕 집어서 뭐라 했으면 전환했다고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억울했다.



사람들은 "제주도 뭐, 한 시간이면 가는데."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오늘도 공항에서 뭐라도 간단히 먹고 비행기에 오르려고 16:20에 사무실을 나섰는데, 연결 편 지연으로 연착까지. 서귀포 집에 도착한 시간은 22:40이었다.

여섯 시간 이십 분.


  16:20-17:45 도보, 지하철, 김포공항 도착

  17:45-18:05 가볍게 빵 & 커피

  18:05-20:40 김포공항 대기, 이륙, 제주공항 착륙

  20:40-22:20 버스 대기(시간이 늦을수록 버스 배차간격이 늘어난다), 서귀포로 이동

  22:20-22:40 도보, 집 도착


예전에 서귀포에서 근무할 때는, 서울에 회의가 잡히면 그 시간부터 역산해서 최소 6시간 전에는 출발했다. 늘 연착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미팅인 경우 한 시간 정도 더 앞선 항공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도로와 공항, 하늘에서 7시간 정도를 보내게 된다. 1박 하는데 수반되는 짐, 숙소예약 등 번거로움이 싫어서 당일 출장을 선호했던 나는 1시간의 회의를 위해 하루 24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동하고 기다리는 데 쓰곤 했다. 


집에 오는 과정은 오늘도 지난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깨어 있었고, 환복과 샤워도 뒤로한 채 배민에서 맥플러리와 감튀를 시켜 먹으며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떠니 피로가 싹 가셨다. 물론 내일 긴 낮잠을 자 주어야 하겠지만.



©Myeongj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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