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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Apr 05. 2024

2024. 3. 31.

열세 번째 ©Myeongjae Lee

LJ514.

21:10,  탑승구 12, 좌석 38A


일요일은 오후에 또 시간 맞춰 짐을 싸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어디를 가기도 무언가를 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해서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2박 3일 일정이라고 해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토요일 하루뿐인 느낌이다. 그래서 토요일 온전한 하루가 소중하다. 눈 뜨자마자 아내와 오름을 다녀왔고, 동아리 연습이 있다고 해서 한 녀석 학교에 데려다주고, 점심 먹고 다른 한 녀석과 아내와 함께 색달해변을 걸었다.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을 또 몇 바퀴 돌고, 다운타운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아이스크림이 있는 곳에는 늘 평화가 있고 사람이 있고 웃음과 수다가 있다.


하늘을 날고 있는데 창 밖으로 별 무더기가 보였다. 비행기 안에서 별을 봤던 기억이 없어서 이게 진짜 별인지 육지에서 무언가가 반사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아래 세 번째 사진). 예뻤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도 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늘 반짝이며 존재하지만 낮에는 보이지 않고 밤이 되어야 볼 수 있는.


끝까지 마음에 잘 담아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이가 드니 '그래도 꾸역꾸역 담으려는 노력'을 하는 게  더 쉽지 않아지는 같다. 예전에는 그렇게 해야만 같았고, 그럴 있을 같았는데, 요즘 생각하니 어쩌면 순리를 거스르려는 오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흘려보내는 것도 맞는 같다. 너무 애쓰지 말자. 


©Myeongj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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