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rvaion of Selection - 경계적 삶의 태도
스티브 잡스는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선택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그래서 매일 같은 블랙 터틀넥을 입고, 하루에 만들어야 하는 선택의 개수를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광고판, 서적, TV 등등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이제 옷 하나를 사려고 해도 만들어야 하는 선택이 너무 많습니다.
무슨 옷을 살 것인지, 온라인에서 살 것인지 오프라인에서 살 것인지, 직구를 할 것인지 아울렛에 갈 것인지, 세일을 기다릴지 먼저 살지 등등... 각자의 취향과 상황 별로 최적의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와 비례해 만들어야할 선택의 가지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 삶이죠.
저는 평상시에는 선택이 매우 빠른 편입니다.
선택지를 정리하고, 내가 선택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잡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른 후에는 미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과 관련되기 시작하면, 제 선택의 유보는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무슨 의미냐구요?
단순히 쇼핑이나 외식의 선택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조차 너무나도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일할지?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모색해볼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 에너지를 일과 결혼, 어느 쪽에 더 쏟아야할지?
결혼을 할지, 나중에 아이는 갖고 싶은지?
지금 내리는 선택에 따라 5년 후, 10년 후 나의 삶이 바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래서 저의 선택은, 어떻게든 선택을 하면서도, 최종 선택을 유보할 수 있는 열린 선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과 내 이상 사이에서 둘 다를 반 정도는 이룰 수 있는 선택을 반복했죠. 반복하다보면 결국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 도착하리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인생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어요.
"안정적"인 "성공"을 "빨리" 이뤄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감당하기도, 버닝하기도,
그렇다고 재미를 포기하고 안전만을 추구하기도 싫었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안정적으로,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이상을 마음에 두고
그 이상에 아직 닿지 못한 내 자신에게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그 열린 선택 또한 시간이 흐르니 그 자체가 제 발자취가 되었더군요.
확신을 가지고 내렸던 선택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경력이 쌓여갔습니다.
선택을 유보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흐르니 유보했던 선택이 제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죠.
선택을 후회하게 했던 너무 힘들었던 일들이 익숙해지고 견디지 못할 것 같던 것들이 일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전 이제 5년의 경력을 가진 피알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이 경력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혹은 경력을 활용하여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지는 앞으로 고민해보아야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여유 한 줌을 가지게 된 듯 합니다. 왜? 5년 동안 쌓은 저의 social identification이 있기 때문입니다.
확신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고민에 휩싸여있다고 해서,
지금 내가 현재에 하고 있는 일이 그것에 비례해서 약한 경험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완벽한 계획을 짜고, 그것에 딱 맞춰 이뤄나가는 인생은 불가하거니와,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변하고 무수한 변수가 있다는 것을
인생을 생각으로 계획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 변화하고 적응해나가는 것이란 것을요.
성공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성공의 비법을 "그저 눈 앞에 있는 것을 그저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에 왔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할지는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삶을 살게되는지는 한 순간 한 순간 만들어나가는 것이니까요. 그것은 끊임없는 A or B에 대한 선택이 아닙니다. 그저, 충실히 살겠다는 선택일 뿐이죠. 난 열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없고 (배우들이 가진 특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나 한 명 분의 인생만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깨림칙 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원하던 삶이 이거였어?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 성공할 수 있나? 잘 나갈 수 있는 건가?
아직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고민해서 내린 선택이라면 그런 불안감을 뒤로 하고, 눈 앞의 일을 충실히 하겠다는 선택이면 충분한 듯 합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이때까지 수고했다는 위로도 잊지 말아야겠죠.
그리고 더욱 더 본질로 돌아가
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내 인생관은 무엇인지, 성공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지,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당신이 내렸던 선택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선택에 대해 충실한 이행을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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