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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sheeeran Feb 20. 2024

나는 거북이 엄마입니다

#1. 조카의 잠언


- 숙모, 조심스럽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충격받지 마시고 들어주실래요?

- 네~ 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첫번째 보물 쭌이는 그냥 조금 느린 아이라고만 생각했지 어떤 병명을 가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던 것 같다.




남편의 5촌 조카도 남편과 같이 경남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아동심리학 관련 업무를 연구하고 공부하느라 수도권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 사이 논문과정까지 밟고 이미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경남이 아닌 경기도 우리 동네에서! 역시 세상이 참 좁구나 싶었다.


5촌 조카는 아이들을 참 좋아했다. 그러니 본인의 삼촌 조카는 얼마나 궁금했을지.. 며칠 전부터 일을 마치는 대로 숙모랑 같이 밥도 먹고 본인의 조카인 쭌이와 이제 막 태어난 갓난쟁이 둘째도 함께 보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해왔다. 멀다면 조금 먼 관계일 수도 있는데 먼저 연락해 준 것이 참 고마웠다. 5촌 지간이지만 나이대가 나랑 비슷해서 불편할 것 같지 않아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또한 경기도까지 올라와서 홀로 지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에 챙겨주고 싶었다.


그날은 폭우가 쏟아지던 장마가 한창인 22년 6월 말이었다. 남편의 5촌 조카를 처음 봤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본인 머리크기만 한 큰 헤드셋을 낀 털털한 옷차림에 너무 밝고 예쁜 모습으로 나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주었다. 우리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아동발달센터를 관리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렇게 잠깐의 인사를 마치고 조카는 바로 뒤에서 혼자 놀고 있던 첫째에게 바로 돌고래 하이톤을 발사하며 달려갔다.



- 쭌아!! 안녕~~ 뭐하고 있었어? 쭈~~~은~~! 같이 노올자~~ 블라블라...




미혼인 데다 나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많이 대해봐서 그런지 훨씬 능숙하고 자연스러웠다. 저렇게 놀아줘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조카가 쭌이를 빠르게 스캔하는게 느껴졌다. 말을 걸면서도 관찰하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이게 직업병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5분 정도 쭌이를 관찰하고 있을 때 주문해 놓았던 저녁 식사가 도착했다. 식사준비를 다 마치고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숙모, 조심스럽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식사하시면서 충격받지 마시고 들어주실래요?

- 네~ 뭔데요?



식사를 하면서 말을 하겠다고 하니 뭐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다. 또 말이 느려서 그런거구나 지레짐작도 해봤다.



- 쭌이랑 놀면서 잠깐 관찰해 보니 시각추구, 청각추구, M자 다리, 간헐적 까치발, 장난감 줄 세우기, 눈 맞춤, 호명반응, 상호작용이 안되네요?

- 네?? 음.. 눈 맞춤은.. 맞아요~ 어릴 때부터 안아서 재워주려고 하면 내 눈을 피해서 너무 웃겼어요~ㅎㅎㅎ



난 그게 마냥 웃겼던 에피소드다. 쭌이가 갓 돌이 지났을 때쯔음 밤잠을 잘 못 자서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안아서 재워주곤 했었다. 지금은 정말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나에게 온 첫번째 귀하디 귀한 아이이기도 했고, 다 소중했다. 그러면서 서툴렀다. 지금 둘째를 키우는 일과는 많이 다른 일상이었다. 순한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모든 게 다 처음이라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고, 버거웠고 힘들기도 했었다.


쭌이가 밤잠을 깊이 못 자서 자주 깨는 일이 많았다. 자주 깨면 다시 새벽에 안아서 재우고, 약 20개월 때까지 분유를 먹여 재웠다. 분유를 먹으면 잘 자니까 그때는 쭌이가 배가 고파서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원하는 대로 다 해주려고 했고, 그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이게 원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때는... 그랬다..



- 숙모, 삼촌! 쭌이 내일이라도 당장 저희 센터로 함께 오셔야 할 것 같아요.

- ...?_?

- 그냥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말씀드릴게요. 지금 쭌이가 27개월이라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라도 빨리 치료에 개입을 해야 예후가 좋거든요. 쭌이 노는 모습을 보니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조금 있어요.

- ..자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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