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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사용자: 커뮤니티 기능이 쉬워 보이십니까?

[UX] 좋아요, 댓글...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by Greening

카카오톡, 피드형 커뮤티니로의 무리한 진입.

그리고 그 결과는 4분기 롤백


최근 카톡 UI 개편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관성적으로 이용하던 리스트 타입의 친구 목록을 벗어나 인스타그램 방식의 피드로 전환, 숏폼 기능까지 추가하는 등 메시지 중심의 플랫폼에서 [친구가 올린 소식과 짧은 영상]을 소비하는 네트워킹 및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시도였죠. 실사용자들의 어마무시한 차가운 반응을 보고 있자니 이건 '리브랜딩은 원체 많은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반응한다'는 통념을 넘은, UX 자체의 목적이 많이 망각되고 해쳐진 시도로 보입니다.


카톡 UI 분석이야 지금 어딜 들어가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본 사용자 도감 시리즈에서는 뜨거운 화두인 [커뮤니티 경험]에 집중해 소통하는 사용자를 다뤄볼게요. 서비스의 목적과 맥락에 맞게 설계되지 않으면, 곧 번잡스럽고 피로한 경험으로 전락하기 쉬운 Community UX. 이번 글은 소통 경험이 주는 효과부터, 그 기반에 작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 구성 요소 등을 컴포넌트 단위로 구체화하여 분석해 봤습니다.





0. 커뮤니티는 기능이 아니라 경험이다

먼저, 소통 경험은 SNS나 전용 커뮤니티 페이지에서만 머무는 기능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 경험을 전략적으로 녹여내고 있고, 덕분에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커뮤니티적 UX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금융, 헬스케어, 교육, 생산성 도구 같은 [비커뮤니티] 서비스에도 사용자는 정보 교류와 비교, 질문-답변, 팁 공유를 원하며, 이를 위해 삽입된 게시글이나 후기 등의 기능들이 커뮤니티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댓글, 좋아요와 같은 명시적인 기능이 없어도, 사용자가 다른 사람의 흔적을 읽고 반응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가 있다면 이미 소통하는 경험 속에 있는 겁니다.




1. 커뮤니티 경험이 주는 효과,

많은 서비스들이 자꾸만 '디폴트 기능'으로 넣으려는 이유


어떤 효과를 가질까요?

① 소속감 강화

: 다른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내며,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기능이 될 시 사용하지 않으면 '나만 안쓰나?'라는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② 참여 유도

: 댓글, 공감등의 참여 구조는 사용자에게 타인의 반응을 시각화하고, 반응을 얻고자 하는 욕구를 강화합니다. 이 참여의 흐름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활동 지속성으로 이어지고요.


③ 신뢰 기반 플랫폼 구축

: 사용자의 활동 흔적과 피드백은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일종의 사회적 증거로 작동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잘 쓰는 서비스, 즉 신뢰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④ 의사 결정에 영향

: 사용자는 생각보다 자주, 무의식적으로 커뮤니티 기반의 단서를 통해 결정을 내립니다. 예컨대, 배달 앱에서 [이 메뉴 맛있었어요]라는 누군가의 리뷰 한 줄에 따라 메뉴 선택이 바뀌는 순간. 이는 단순한 정보 탐색을 넘어, 집단의 경험을 내 판단 근거로 삼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기가 되죠.



왜 쉽게 사용될까요?


① 기능 면에서 쉽고 빠르게 도입 가능

댓글창, 좋아요, 피드 기반 콘텐츠는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검증된 패턴이기 때문에 빠르고 안전한 도입이 가능합니다.


② 플랫폼 유지와 성장에 유리한 효과

체류시간, 참여율, 반복 방문 등은 모두 서비스의 '활성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커뮤니티성 기능은 이 지표를 단기적으로 올리기 좋은 수단입니다. 이런 효과를 실무에서는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 관점으로 바라보죠. 하나의 기능이나 요소를 리소스에 투입했을 때 얼마나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오는지 따져보는 겁니다. 커뮤니티 기능이 잘 적용되면, 사용자들은 서비스에 장기적으로 머물게 되면서 높은 ROI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카카오톡은 왜 커뮤니티 기능을 넣었을까?

아마도 인스타그램 DM 등, 카카오톡이 주력하는 '소통 경험'을 대체하는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고-피드 구경-, 그에 따른 광고 수익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이전 대비 광고 프로모션이 더 눈에 띈다-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행동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시도였기에.. (말을 아낍니다)




2. 커뮤니티성 UX 요소와 심리 메커니즘


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커뮤니티는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의 UX 요소로 구성됩니다. 각 요소가 어떤 컴포넌트로 구현되고, 어떠한 심리 작용을 유도하는지 알아봅시다.



말할 수 있는 구조

사용자가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자기표현(Self-expression):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극하며, 사회적 존재감(Social Presence): 내 표현이 기록되고, 타인이 본다는 감각, 즉 표현 동기를 실현하는 효과를 가져요.


표현 유도형 컴포넌트의 대표 주자, 댓글창과 게시글 작성 기능. 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입니다.


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스토리에 보낼 수 있는 이모지 리액션, 짧은 답장, 댓글 작성 기능도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정성 들여 쓰지 않아도 되는지라 참여에 있어 낮은 진입 장벽을 가지죠.




반응을 유도하는 구조

표현이 고립되지 않도록 설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무반응으로 방치될 시 표현 동기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인데요, 해당 구조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상호작용 기대감(Reciprocity)과, 내가 남긴 말에 한 번 반응을 받고 다음에도 반복하고 싶어지는 강화 학습(Positive Reinforcement)입니다.


댓글이 달렸을 때 발송되는 알림이나, 좋아요 등의 즉각적인 피드백은 가장 기본적인 반응 유도 장치입니다. 사용자가 다음 상호작용에 참여할 이유가 되며, 특히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연결될수록 반복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돼요. [❶ 말할 수 있는 구조]와 세트처럼 설계되기 때문에 정말 웬만한 서비스에는 기본적으로 달려있는 기능이구요.


그런 의미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댓글 상단 고정 기능 역시 주목할만합니다. 단순 피드백을 넘어, 다른 사용자들에게 "내 표현이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사회적 인정과 보상을 제공하는 장치거든요. 베스트 태그가 붙은 댓글 또한 같은 맥락으로 작동합니다.




정체성 인식 요소

서비스 안에서의 활동 기록이 곧 사용자를 정의하며 정체성으로 작용되는 구조로, 정체성 확인(Self-affirmation)과 사회적 인정(Recognition)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 즉 "나는 이 공간에 (_역할_)로써 속해져 있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경험하게 합니다.


간단해 보여도 댓글과 같은 활동 기록에서 사용자 프로필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구조가 해당됩니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익명의 유저'가 아닌 '정체성을 가진 사용자'로 인식시키기 때문인데요, 더불어 내 이름 옆에 활동 레벨이나 포지셔닝 태그가 붙는 경우도 있죠? 사용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입니다.


피드와 같이 '내 프로필'과 관련된 공간도 마찬가지. 내가 남긴 기록을 보기 좋게 모아두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가 "어떤 무드를 추구하고,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수단이므로 정체성을 인식시키는 또 다른 대표적인 설계 요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본인의 공간의 분위기나 주제, 스타일을 꾸미려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공동의 네러티브 구조

개별 사용자들의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주는 서사적 구조는, 커뮤니티의 지속성과 응집력을 좌우하는 핵심 설계입니다. '나 혼자' 무언가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곧 유사성에 기반한 소속감, 연결성을 강화시키는 심리적 확인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이 공동의 네러티브가 부재할 경우, "여기는 나 혼자 있네"라는 느낌을 주기에 오래갈 수 없습니다.


토픽 기반으로 콘텐츠가 묶이는 구조, 해시태그, 최근 스레드에 추가되기도 한 커뮤니티 기능들은 단순 콘텐츠 분류를 넘어 비슷한 주제에 관심 있는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만드는 흐름을 설계합니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본', '비슷한 주제' 등의 큐레이션 시스템, "30일 글쓰기 챌린지"처럼 일종의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 또한 집단적 서사를 강하게 만드는 장치구요.





네 요소를 잘 구조화하여 소통하는 UX 디자인, 4가지.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요소는 단순히 기능단으로 붙인다고 해서 좋은 커뮤니티 경험을 뚝딱, 만들어내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무턱대고 사용할수록 결국 기능 나열에 불과해지는, 산만한 UX가 되죠. 따라서 UX 디자이너는 이 표현 장치, 반응 유도, 정체성 강화, 공동 네러티브의 요소들을 사용자 여정 속에서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체험하게 만들지 전략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1️⃣ '언제'가 핵심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설계하라.

디자인 전략 ①

좋아요 기능 하나에도 맥락이 필요한 법. "사용자는 언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어할까?", "정말 반응하고 싶어할까?",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처럼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심리적으로 유효한 타이밍을 건드려야 합니다.


✏️ 효과적인 타이밍을 설계하고 싶다면, 먼저 사용자 여정을 늘어뜨려 보세요. 타임라인을 시각화하고, 사용자가 정말 말하고 싶어 하는 순간, 관계가 생길 수 있는 터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겁니다. 그 지점에 기능이 들어가야지 비로소 커뮤니티 경험이 될 수 있어요.


⚠️ 유의하자: 사용자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기능이 노출되면, 그럴듯한 공간만 있고 사실상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간이 됩니다. 커뮤니티의 붕괴죠.




2️⃣ 피드백 루프가 있어야만 한다.

디자인 전략 ②

커뮤니티 UX에서 가장 어려운 설계일 수 있는 피드백 루프. 왜냐하면 이 지점부터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용자의 몫'이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많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올려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말할 이유가 사라지고, 반대로 보기만 하게 만든다면 새로운 콘텐츠가 생성되지 않죠.


✏️ 따라서 '내 말에 반응하고 있다'는 구조를 꼭 설계해주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경험을 주면 더 효과적입니다. 가령, 계정 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서 언급되거나, 내가 남긴 이야기가 도움됐다는 피드백을 수치화시켜 보여주는 것들이죠.


⚠️ 유의하자: 말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보여주는 건 부족해요. 말했을 때 [실제로 반응이 온다]는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 반응이 일종의 감정적 보상으로 이어질 때 유효한 피드백 루프가 완성됩니다.




3️⃣ 서비스 본질과의 연결성을 점검해라.

커뮤니티 경험은 "기존 서비스 경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증폭시켜주는가?"의 관점에서 삽입되어야 합니다. 그저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서비스 사용 목적과 충돌하고 서비스의 본질을 해치기 때문인데요.


Good case: 오늘의집

✅ 오늘의집은 [콘텐츠 기반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사용자들은 직접 꾸민 집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은 그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으며, 마음에 들면 그 안에 쓰인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예요. 해당 공간이 커뮤니티로 잘 작동하는 이유는 정보를 찾는 사용자[타겟A]와 정보를 나누며 자랑하고 싶은 사용자[타겟 B] 사이의 자발적인 상호작용 구조가 잘 성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좋아요', '댓글', '스크랩' 기능은 사용자 간 연결을 강화하는 장치이고요.


✏️ 결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경험이, 플랫폼의 본질적인 목적(가구/소품 구매 전환)과 유기적으로 맞물림으로써 서비스의 주 기능을 밀어주는 구조로 작동된 사례입니다.


Oh no case: 카카오톡

⛔️ 반면 카톡을 다시 떠올려볼까요. 카카오톡은 본질적으로 메시지 중심 플랫폼입니다. 지인뿐만 아니라 고객 등 필요한 연락처를 모아두고, 대화가 필요한 순간에 서비스를 사용하는 도구인 셈이죠. 그런데 여기에 프로필 사진 기반 소셜 피드가 들어오다니. 심지어 팔로우 기반으로 관심 있는 정보만 받고 싶은 시대에, 내 연락처에 있는 낯선 사람들의 일상 콘텐츠를 무작위로 소비하고 싶은 니즈가 얼마나 있을까요?


✏️ 이처럼 커뮤니티와 서비스의 목적성이 충돌하게 되면, 참여 동기는 없고 불필요한 노이즈만 늘어나는 번잡한 경험이 됩니다.


⚠️ 유의하자: 본질과 어긋난 커뮤니티 기능은 인지 부하를 유발하고, 기존 경험의 주요 흐름을 방해합니다. 이 이질감이 누적되면 UX가 복잡해지는 것 이상으로, '서비스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강한 거부감만 유발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소통하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말하라고 공간을 아무리 열어줘 봤자, 이야기하지 않으면 결국 쓸모없는 기능입니다. 사용자 간의 심리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그저 덩그러니 남아 있는 공간일 뿐. 단순히 기능을 붙이지 말고 '엮어'주세요. 가장 쉬운 기능 같아 보여도 목적 없이 넣는 순간 결국 피로도만 높이는 번잡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말자고요!



요약해 봅시다.


✔️ 커뮤니티의 효과

소속감 강화, 사용자 참여 유도, 신뢰 기반 플랫폼 구축,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줌

쉽고 빠르게 도입할 수 있고, 플랫폼 유지와 성장에 유리한 효과를 주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됨


✔️ 커뮤니티 UX 4가지 요소

말할 수 있는 구조: 댓글창, 게시글 작성 / 자기표현 욕구와 사회적 존재감 유발

반응을 유도하는 구조: 멘션, 답글, 피드백 알림 / 상호작용 기대감, 행동 강화

정체성 인식 요소: 프로필, 활동 기록, 팔로워 카운트 / 정체성 강화, 사회적 인정

공동의 네러티브 구조: 테마, 큐레이션, 공동 목표 설정 / 소속감, 유사성 인식 강화


✔️ 4가지 요소를 잘 구조화하는 디자인 방법

① 언제가 핵심이다. 사용자 저니 속 커뮤니티 경험이 들어갈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설계하라.

② 피드백 루프가 있어야 한다. 내 말에 반응하고 있다는 장치를 꼭 설계해라.

③ 서비스 본질과의 연결성을 점검해라.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사용 흐름을 크게 해치게 된다.




@Greening Brunch book ㅣ Ep (11)
UX/UI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 본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UX 설계 원칙과 함께 탐구합니다.



* 참고 자료:

https://uxmag.com/articles/social-networks-can-be-more-than-just-a-like#membership_popup

https://uxmag.com/articles/seven-ux-best-practices-of-community-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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