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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 cool Feb 24. 2023

불안의 나라

나는 왜 이다지도 잡히지 않는 것을 붙잡고 싶어 할까?

프리랜서 작가가 제일 불안할 때는 언제일까? 


바로 다음 달 입금 될 원고료가 없을 때다.


나의 경우는 보통 일이 마무리된 후, 

익월에 입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음 달에 입금될 원고료가 없다는 것은

이 달에 제대로 된 일을 한 게 없다는 얘기다. 


억울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한량처럼 놀았던 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사업 입찰을 위해 열심히 기획안을 썼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느라 아이디어를 내고,

문서를 만들며 바쁜 한 달이었다. 


하지만 정부기관 사업 입찰은 떨어졌고, 

기획안은 여전히 정처 없이 유랑 중이라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된 작가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또다시 불안함에 사로잡혔다.

'이런 달이 여러 달 이어지면 어쩌지?'


나의 걱정과 불안에 물이라도 주듯이

신문과 뉴스에서는 경제 불황을 계속 얘기하고, 

나 역시 장 볼 때마다 치솟는 물가를 체감했다. 

잠자리에 들 때면 통장 잔고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럼 나는 곧 거리로 나앉을 만큼 어려운가?

그것도 아니다. 


이렇게 내가 안달복달하는 이유는 

타고나길 불안정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나 걱정할 것을 열 개 걱정하는, 본 투비 걱정인형.


물론 나도 안다. 


이렇게 걱정하는 일 중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일은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실은 이런 성격은 프리랜서가 어울리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일하는 내내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 하는 직업 아닌가!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고, 불행이 나를 집어삼킬 때

나는 아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마음을 한참 쏟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 타닥타닥 타자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위로가 된다. 

어쩌면 나는 이 소리가 좋아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 보여주지도 않을, 돈벌이도 되지 않을 내 마음을. 


이렇게 활자로 가득 기록하고 저장해 두면 

잠시나마 불안도 그 안에 가둬지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 불안의 나라에서 

가장 불안정한 내가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어떤 달은 통장에 0이 찍히는 걸 보면서, 

또 어떤 달은 '이 달도 열심히 살았다'라고 입증된 걸 보면서

누구나 나처럼 이렇게 기울어지고, 흔들리며 살아간다고. 


그렇게 내 원동력이자, 애증이자, 외사랑인 

이 글쓰기가 내게 끊임없는 밥벌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잡을 수 없는 희망을 붙잡으려 애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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