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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14. 2023

정원 가꾸기, 아치형 대형 지주대

노동 후의 달콤함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정원은 끝없이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밀림이 되기 때문이다.


정원의 꽃들


땅 위로는 가지치기, 땅에는 잡풀이 늘 나를 기다린다. 잡초와 정원의 식물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뽑아내도 사라지지 않고 다음날 나를 향해 윙크하면 잡초다.


하긴, 청하쑥부쟁이 같은 종류는 잡초는 아니지만 끈질김이 잡초에 버금간다. 이제 나의 한쪽 화단은 청하쑥부쟁이, 구절초와 같은 가을꽃들과 아기겹미나리아재비, 백리향, 아기 낮달맞이, 꽃범의 꼬리 같은 봄 여름 꽃들이 드넓게 퍼졌다. 차라리 풀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뽑아내기를 그만두었다.

엽서그림 그리기(미나리 아재비)
겹미나리아재비
백리향

다만, 많은 이들에게 인심 쓰며 뽑아준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란다.


여름부터 초 가을까지 꽃을 피우며 생명력이 아주 강한 식물은 바늘꽃과 접시꽃이다. 지나는 이들이 늘 묻는 꽃이 바늘꽃인데 담장 너머로 인사하는 꽃이라서 그렇다. 접시꽃은 핀 후에도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꽃 피기 전에는 다들 호박인 줄 안다. 잎이 호박잎처럼 풍성하기 때문이다.


인동초와 클레마티스(으아리)는 너무 부지런하거나 청소를

좋아하면 안 된다. 마른 줄기가 지저분하다고 뜯어내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대로 두면 그 마른 줄기에서 싹이 나고 꽃이 핀다.


내부 외부로 늘어지는 인동초
보라색 으아리
한련화(왼쪽)/ 크리스마스로즈(오른쪽)
여러가지 매발톱

 수십 가지의 꽃이 있기 때문에 사진에 모두 담기 어렵다. ㅁ 자 형태로 화단이 있어서 실제로 ‘공간 모닝’의 화단은 규모가 작지 않다. 동편 화단의 길이가 가장 길고 크다.

그림수업을 위해 사서 심었던 아네모네가 지금도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아주 잠시 얼굴을 보여주는 귀한 아이들 중에는 튤립 계열과 목련이 있다.


목련은 딱 두 송이 피었는데 비바람에 한송이가 꺾여 오롯이 한 송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생을 마감했다. 서럽게 아름다웠다. (목련은 다음 주인공이 되기로 한다.)


장미, 여왕이라 불릴만하다.



장미는 꽃 중에 여왕이라고들 한다. 꽃은 모두 예쁘다. 누가 더 아름답다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장미는 유난스럽다. 가시까지 달렸는데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하나 둘 사서 심다 보니 점점 장미 정원이 되어간다. 가장 큰 문제는 가지치기 또는 가이드를 세워주는 일이다. 덩굴장미는 가이드가 있을 때 더욱 잘 자라고 꽃도 예쁘게 핀다.


보라색 장미에 간단한 지주대를 세웠는데 올해 늘어져서 주 가지에 끈을 길게 묶어 고정했다. 그런데 갈수록 뒤죽 박죽 되어 장미 가지 아래의 배롱나무가 안쓰럽다.


밤새 폭풍 검색했다. 결국엔 흰 찔레 장미를 위해 지난해 샀던 아치형 지주대를 재 구매 했다. 가격 대비 괜찮아서다.


지난해 설치힌 아치형 지주대

오전에 수강이 끝난 후, 내 그림 그리기까지 하고 나니 저녁 무렵이 되었다. 그래도 늘어진 장미 가지가 마음에 걸려 조립을 시작했다. 나사 돌려 조립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허리가 아팠다.


조립이 끝난 것을 뒤쪽까지 혼자 질질 끌어 옮겼다. 바닥에 놓고 양쪽에 버팀목이 될 큰 돌을 찾아 놓았다. 무거운 돌이 하나밖에 없어 아주 무거운 화분을 낑낑대고 들어 우선 받쳐 놓았다.


벌벌 떨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장미 가지를 지주대에 묶었다. 보랏빛 장미들이 잘 타고 올라가기를 바란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노동 후의 달콤함이다.



올해는 유난히 장미들이 만발했다. 이제 뿌리를 잘 내렸나 보다. 이들 중, 가시 없는 장미가 있다. 연노랑 목향장미다. 썬룸을 타고 올라가게 할 요량이다.


 그밖에 여러 장미들이 향기를 내뿜는 중이다.

서로 종류가 다른 노란 장미들과 이름도 우아한 섬머레이디(Summer lady) 분홍장미가 아주 풍성하게 피었다. 섬머레이디는 곧게 자라는 편이다.

찔레 덩굴장미


5천 원이나 6천 원 정도 주고 장미 화분을 사면 화분상태로 한참 본 후, 땅에 심는다. 그런 작은 장미들은 대부분 약해서 죽지만 정성을 들이면 살아남는다.


올 2월에 산 장미화분
지난해 작은 화분 장미를 땅에 심은 것들

너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수시로 꽃들을 살피고 물을 준다. 가끔 속아 내기를 하면서 공방에 오시는 분들에게 선물하거나 화병에 꽂는다.

내가 이렇게 부산하게 움직일 때 울 강아지 깜뽀는 나를 따라다니거나 이렇게 앉아서 감상한다. 이럴 때 전라도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개팔자가 상팔자여~~~~!”








후기)


보라 장미 지주대는 지난해에 다룬 내용이지요. 지난해는 장미가 오벨리스크 정도로 가능했는데 이번에 대형 아치형으로 바꿨어요.


지난 글에 등장한 장미 지주대 이야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campo/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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