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지주대
위의 두 장미와 네 그루 정도의 장미는 튼튼해서 그대로 두고 왔다. 하지만 아래의 장미는 이 전 공간의 비좁은 곳에서 힘들었다. 습하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깍지벌레가 끼었던 영국 덩굴장미다. 줄기에서 1.5미터 정도만 남기고 싹둑 잘라서 이동했다.
봄에 대를 자른 장미에서 새 싹이 나기 시작하여 여름 소나기를 맞으면서 제법 푸르게 자라는 중이다.
아래의 장미 지주대 양쪽에 화분을 놓을 수 있다. 그러나 땅에 심어진 장미가 더 자라야 작은 화분이라도 올린다. 우선은 왼편의 장미 가지가 지주대를 타고 잘 올라가도록 유도한다. 가운데 아이리스의 화분을 바꾸던지 색을 칠하고 싶은데 도무지 시간이 없다.
뒷마당도 예쁜 돌을 깔았다면 좋았겠지만 후일 오수관이 들어온 후로 미루기로 한다.
건물 출입구 너머 뒷마당은 배수 등의 문제와 빨래 널기 등을 고려해서 그냥 시멘트로 마감했다. 빈집 일 때 물이 빠지지 않아서 최악의 상태였던 곳이다. 남편이 정화조 덮개를 나무로 만들었다. 뭐든 말하면 다 만드는 요술 손이다.
덩굴 식물 지주 울타리를 하나 사 둔 채로 며칠이 지난 지난 주말, 마침 친구들이 방문했다. 제니퍼와 줄리아는 모두 전원주택에서 어마어마한 정원을 가꾸는 이들이다. 덕분에 우리는 꽃잎 하나 가지고도 신이 나서 떠드는 사이다.
<모닝> 옆 '소문난 해물 칼국수'집에서 식사를 했다.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집이다.
공간으로 오다가 새로 오픈한 커피콩 볶는 카페에서 커피와 얼음 뱅쇼를 들고 공방으로 왔다. 가격이 저렴한데 커피나 뱅쇼 모두 맛있다.
그렇지만 뱅쇼 한잔으로 부족했다. <모닝>에 돌아와 샹그리아를 만들었다. 시원한 와인 음료를 마시면서 스페인 여행 갔던 이야기를 했다. 오랜만에 담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수다는 잠시 후 나의 말 한마디로 끝나고 말았다. 내가 장미 가이드를 하나 사서 아직 개봉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떨어지자 당장 제니퍼가 박스를 열어 조립해 준다. 우리 셋은 우르르 화단으로 간다.
다음날 화단을 둘러보다 발견한 사실은 지주대가 뒤집혀서 꽂혀 있었다. 하하, 이런!
귀찮기도 하고 그럭저럭 괜찮아 보여서 그냥 둘까 하다가 볼록한 새의 면을 보기 위해 다시 뒤돌려 꽂았다. 우선 다급한 인동초 먼저 올려준다.
장미들이 아직은 어리고 연약하여 가이드를 벗어난다. 그래도 지주대가 몸체를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꼬꾸라지지 않는다.
아이들 양육 방식도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가 굳건히 자기 역할을 한다면 조금 옆으로 나갔다 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을 피울 것이다.
넝쿨 지주대를 하고 보니, 작은 나무 문의 창으로도 보이고 문을 열면 더욱 예쁘게 보인다. 내년에는 장미가 만발할 것 같다. 한 해 지나면 거름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내년에는 더욱 잘 자랄 것이다.
사람도 어린아이에게 과하게 많은 것을 주입하려고 하면 부하가 걸린다고 생각한다. 어제 지인과 통화를 하는데 저녁 8시에 아이에게 수학하고 한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놀이식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두 아이는 5살 6살이다. 유치원에서 종일 있다 온 아이에게 무슨 또 교육이란 말인지 답답해서 오지랖을 좀 떨었다.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가 그렇게 다르다면서 6살 큰아이는 알아서 한글도 깨치고 책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여자만 둘 키워도 다 다르다고 말하면서 조금 더 덧붙였다.
남자아이들이 로봇 좋아하고 자동차 좋아한다. 책을 안 읽는다. 이런 것들로 고민하지 마세요. 여자 아이와 남자아이들은 정말 달라요.
지인의 아들은 어릴 때 늘 블록만 가지고 놀더니 저렇게 두면 어쩌나 했지요. 잘만 커서 지금 서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일조를 하고 있어요.
또 다른 아이는 고등학교 자퇴 후 제빵사가 되었다가 후에 대학을 가더군요. 남들보다 빨리 자립하여 빵집 사장님 되었어요.
5살이면 그냥 제발 좀 그대로 두세요. 유치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TV 좀 보면 어때요? 우리도 퇴근해서 드라마 한 편 보면 그렇게 인생이 즐겁던데요. 한 시간만 본다든지 시간을 정해 보세요. 좋아한다는 로봇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남자애들은 특히 아빠와 놀이 정하고 놀면 좋고요. 마음 비우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엄마 무릎에 앉아 있으면 조금 차분해진다고요? 그럼 동화책을 쉽고 재밌는 것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읽는 것으로, 반복해 읽어주세요. 엄마 아빠가 선해서 아이들이 해맑고 잘 자랄 거예요. 등등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했다.
애정이 가는 지인이기에 대화를 나눈 것이다.
식물은 가지치기나 시든 꽃의 처리를 바로바로 해야 한다. 고추 모종의 경우도 조금만 늦어도 곁가지에서 싹이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기도 한다. 꽃피기 전에 따 줬어야 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피어나서 본 줄기가 곧게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정원과 텃밭에서 부지런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바른 생장을 위해서, 아픈 가지는 싹둑 잘라버려야 한다. 마음 아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도 잘못된 습관은 모질게 쳐내야 한다. 더욱 큰 그릇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허용은 새싹이 자랄 기회를 주지 않음과 같다.
정원의 시들거나 말라가는 꽃대를 꺾을 때면 한편으로 어찌 그리 서러운 마음이 슬그머니 솟는지 모른다. 내 아이가 취직 안 된다고 조급해 말고, 내가 과감히 그만두어야 젊은이들이 취업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팔팔한 기운이 남았으니, 취업 못한 둘째 뒷바라지며 내가 할 일들을 한다. (그러나 정말 곧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즈음이다. 아쉬움은 없다. 그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정년은 물론 아직 많이? 남았다. 그전에 그만두어야겠다.)
몇 년 전 처음 정원을 가꿀 때, 아주 커다랗고 아름다운 화이트 핑크 샐릭스를 죽였다. 물 빠짐에 신경 썼어야 했는데 배수가 안 되는 곳이었다. 환경 조성을 잘하지 않고 비료를 몽땅 줘서 몸살을 앓는 데다가 나무의 가지치기를 너무 해서 죽게 만들었다. 가지치기는 8월 이후는 조심해야 한단다.
정원의 모든 나무가 잘 자라는 중이지만 오로지 배롱나무 한 그루가 그만 죽었는지 싹이 나지 않았다.
결국 <전주 식물병원> 사장님께서 다른 배롱나무를 가져오셔서 손수 심어주시면서 설명하셨다.
"애초에 나무 위를 싹둑 잘라 심어야 했어요. 새싹이 나올 때까지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느 정도냐면 매일 물이 충분히 고이도록 줘야 합니다."
기존에 있던 나뭇가지를 잘라보니 아직 살 기미가 보인다면서 가져가셨다. 애먼 배롱이 나에게 와서 죽을 뻔했다. 죽을지도 모른다.
나무 심으시는 사장님이 참으로 멋지게 보인다. (고맙습니다.)
정원의 나무 키우기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자식 문제보다 더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 덕분에 인연이 되어 평생 친구가 된 줄리아와 제니퍼가 자카란다는 나무를 사 왔다. 줄리아와 제니퍼는 모두 큰 아이가 결혼을 했다. 빨리도 잘했다.(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들을 보면 조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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