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어요
그녀, Y는 제자였다는데 기억에 없다. 아마 학교 다닐 때 엄청 착실했나 보다. 대학원 동기생으로 만나 즐겁게 지금까지 알고 지낸다. 그녀는 영어를 전공한 후, 국내외 공공기관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전북에서 꽤 알려진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귀여운 아들과 달콤한 남편과 함께 리모델링 한 집을 구경하러 들렀다.(세상 잘생기고 야무져서 포스팅을 안 할 수가 없다. 지난 포스트에 뒷모습이 잠시 나왔던 아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늘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끄는 행위를 좋아했다. 그래서 놀러 온 꼬마신사를 위해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들을 때 촛불을 불기 전, 얼마나 행복한 얼굴인지 그대로 다 드러난다. 어른들 같으면 생일도 아닌데 뭘, 어서 먹자!라고 했을 법하다.
아이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선물받은 모자 중에 타이이게 잘 어울리는 카자흐스탄 모자를 선물했다. 아무것이나 다 잘 어울리는 타이(5살 꼬마신사 이름)는 요즘 유치원에 다닌 후, 사진만 찍으려면 브이를 하기 시작한단다.
마스크는 어찌나 열심히 쓰는지 어느 날 엄마가 퇴근해 보니 집의 인형 얼굴에도 마스크를 씌워 줬다고 한다. "여기서는 벗어도 돼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절대 벗지 않았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모기는 정말 싫다.
썬룸에서 술 한잔 하고 싶다는 동생을 위해 모기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마침 타이의 아빠(뉴질랜드에서 온 잘생긴 남자분)께서 설치를 도와주셨다.
연결할 봉을 바닥에 진열하니 타이는 신이 나서 그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아빠를 도와준다.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니 자유롭게 보인다.
설치하느라 애쓰는 타이의 아빠, 모기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한다. 나는 모기가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고 싶다. 모기는 나를 좋아할 뿐 사랑까지는 안 하니까 나보다 타이 아빠에게 더 달라붙는다.
모기에 물려가면서 모기장을 완성해 나간다. 두 시간 정도를 살펴봤는데 정말 자상한 남자다. 매일 사는 Y를 보건대 상당히 남편이 자상한 것 같다. 퇴근 후 여가 시간에 Y가 첼로와 발레를 배우러 다닐 때 타이를 전부 돌본다고 한다. 스스로 '집 노예'를 자청하는 멋진 영어과 교수님이다. 물론 타이 엄마도 여러 방면의 능력자다.
정말 멋지다니까!
봉을 잔디에서 완성한 후 안으로 이동시키는 데 자꾸 틀어진다. 안에서 연결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둘은 타이 아빠의 의견을 존중한다. 결국 모서리를 들고 함께 이동한다.
타이 엄마가 웃으면서 빠른 한국말로 내게 속삭인다.
모든 게 완벽하기는 힘들다니까요.
그 말을 하는 타이 엄마와 나는 눈을 맞추며 한참 웃었다. 나는 그녀의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우기지 않고 웃으면서 한쪽을 드는 넉넉함은 젊은 이들에게 흔하게 보기는 힘들다.
들어갔다 나갔다 재밌어한다.(어 ~ 거기 지퍼로 다니자~ ㅎ 모기장이 완벽하지 않아서 자꾸 봉이 빠진다. 차라리 우리 어릴 적 튼튼한 모기장이 더 나은 듯하다.)
타이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언어 능력이 엄청 발달했다. 한국말과 영어를 어색함 없이 줄줄 한다. 타이 아빠는 한국말을 할 줄은 아는데 유창하지는 않아서 좋다. 영어로 말하기 연습에 도움된다. ^^
오랜만에 영어로 말하기를 아주 조금 하니 자극받았다. 나중에 타이 엄마하고 대화하는데 내가 영어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한국말로 해도 되는데. 하하 호호
정작 타이 아빠와 해야 할 때는 버벅거리고 만다. 자주 보고 싶은 가족이다. 사진만 봐도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다. 예쁜 가족이다.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흔들렸다. 타이는 아이라서 순간 촬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