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Luce Jun 16. 2021

나쁜 냥이는 없다/ 교육 못 받은 냥이는 있다

교육 잘 받은 꼬마 신사

내가 공방 <모닝>의 문을 닫고 나오면 나와 순번 교체를 하듯이 대문으로 버젓이 들어가는 고양이가 있다. 나 대신 공간을 지켜주니 고맙다고 생각했다.

평화로운 잔디밭


평화는 잠시였다. 길냥이 a가 잔디에 큰 실례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 식으로 하자면 영역표시를 한다. 화단에 하면 좋을 텐데 잔디 중앙과 썬룸 쪽 부근 잔디에 한다. 그나마 이 녀석은 동그랑 동그랑 해 놓아서 치우기가 좀 낫다. 더욱 큰 문제는 집 뒤쪽에서 등장하는 집채만 한 냥이 Q다. 내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짓을 해 놓는다. 아주 커다랗게 실례를 하고 간다. 처음엔 길거리 개가 왔다 간 줄 알 정도였다. 첫 번 공방의 골목길에 개들이 실례를 해 놓고 가면 늘 치웠다. 골목길이지만 내 집 앞이니 내가 치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런데 하고 많은 땅 중, 잔디라니 이건 좀 심하다. CCTV 확인 결과 냥이 Q임을 알았다. 아주 어슬렁어슬렁 화단 쪽을 바라보면서 거닌다. 집 뒤에서 늘 나타난다. 처음 물건들을 들여놓기 시작할 때 의자 하나를 내놓았었다. 천이 있는 의자는 편안해서 그곳에 놓고 앉아 보려고 했다. 아침에 보니 흰털이 군데군데 있었다. 결국 의자를 치워버렸다. Q의 모습은 어딘가 아파 보였고 못생겼다.


길냥이들의 덩 잔치

의자를 치우자마자 그다음 날부터 냥이들의 배변을 치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자는 공간에 그런 짓을 하지는 않으니 내가 의자를 치운 데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하튼 냥이들의 실례한 것을 치우고 물 뿌리고 소독제를 뿌리는 날이 늘었다.


보통 고양이들은 천성적으로 모래나 땅을 파고 그곳에 볼 일을 본 후 덮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잔디에 실례를 하는 이런 이상 습관은 어릴 때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길냥이들도 어미의 보호 아래 있는 아이들은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 지난번 공방에서 옆 집 공터에 길냥이 단체가 살았다. 그곳의 한 캣맘은 길냥이들의 밥을 주기 위해 수레를 끌고 15년간 온 동네를 하루 두 번 돌아다니셨다.(매일 수레 끄는 소리가 나서 보면 아주머님께서 밥을 나눠주러 다니셨다.) 아무래도 이번의 공간 주변 길냥이들이 조금 불쌍하기는 하다. 캣맘을 볼 수가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길냥이들의 어미가 아니다. 정도껏 해 놓아야지 싶다.


지난번 벌레 방역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집 안 방역을 한 후, 실외 나무 데크 사이 방역을 위해 사라고 알려주신 것이 있다. 나무 데크 사이에 방역을 혼자 열심히 했다. 한 달에 한번 하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줄줄이 데크 사이에 방역을 하면 한 달은 벌레 걱정은 없다고 하며 무색무취다.
이것 하나 조립하기도 어찌나 힘이든지.. 역시 나는 기계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래도 방역은 철저히 해야지 싶어 열심히 조립!

전화를 해서 남은 것을 뿌려도 냥이들이 근접을 안 할지 여쭤보니 잔디에 하려면 더욱 희석해서 뿌리든지 고양이 기피제를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하신다.


그래서 고양이 기피제를 폭풍 검색했다. 두 개의 기피제를 샀다. 택배사들이 파업을 한다나.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다가 주말을 맞아 상관 편백나무 숲에 간 김에 편백 스프레이를 샀다.(5천 냥) 이것을 여기저기 뿌렸더니 과연 잔디가 멀쩡하다. 4일 사용하니 이제 액체가 거의 동이 났다. 천연성분이라서 좋은데 아깝다.


마지막으로 방역 사장님께서 조언 해 주신 팁이 있다. 사람의 소변을 조금 뿌리면 냥이들이 실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냄새나게 그걸 어찌합니까. 고양이 쫓으려다 냄새가 더 나겠습니다. 아닙니다. 아주 아주 미세한 방울로 효과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침 한 꼬마 아이가 놀러 왔다. 게다가 마침, 소변이 마렵다고 한다. 나는 신이 나서 그럼 여기 잔디에서 볼 일 봐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꼬마신사께서는 조금 생각하는 듯 머뭇거리더니 그만 집 안 화장실로 들어갔다. ^^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니요, 저는 안으로 들어갈게요.


우리 꼬마 신사는 너무너무 귀여운데 말도 참 예쁘게 한다. 괜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잘 생긴 앞 얼굴 공개할게요~^^

정말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사람의 경우 처음 배변 습관이 평생의 인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엄격한 것도 좋지 않고 너무나 허용적이어도 안된다. 제 때에 적절한 훈육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 부모는 아무 곳에나 실례를 했다고 아이를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배변을 할 때라는 것을 눈치채서 얼른 재치 있게 아이가 마음 편히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제 때에 배변을 치워주지 않아도 부모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이는 곧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된다고 한다. 배변 교육에 따라 평생 응석받이가 되거나 또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가끔 큰 아이에게 너무 엄격했었나 반성하기도 한다.)


고양이나 강아지들도 어릴 때 교육받으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아무튼 치우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젠 미워지려고 하니 그전에 일을 못 치르게 해야 한다.


편백 스프레이도 다 떨어져 가는데 조금 걱정했다. 문자가 왔다. 마침, 오늘 고양이 기피제 한 병이 도착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후기) 퇴근하니 고양이 기피제가 배달되었어요. 인터넷 사용 후기글처럼 정말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꾸준히 며칠 사용해 보라고 적혀 있네요. 일단 뿌려 놓고 왔습니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매거진의 이전글 버리지 못하는 사람/잘 버리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