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달인들
주변에 정리의 달인들이 여럿 있다. 그중 두 사람은 유난히 나의 ‘정리 못함’의 심각성을 안타깝게 여겨 도움을 주곤 했다.
아이들 어릴 적 이웃이었던 L, 그녀가 우리 집에 왔다 가면 아이들은 "짜자자자 잔~~~" 하면서 방문을 연다. 한때 낡은 집 리모델링인 러브 하우스란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그 프로그램 테마음악과 모양새를 따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리 오래지 않아 도루묵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계획표를 세우면 그나마 한동안은 열심히 하듯이 주기적으로 정리를 하면 자극이 되고 조금이라도 노력하게 되었다. 나는 L이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고 생각한다. 정리를 잘하면서 배치를 센스 있게 한다. 무조건 버리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일목요연한 정리법이 그녀의 최대 장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한다. 아쉽게도 그녀는 최근 내가 맺어준 인연과 새로운 삶을 사느라 바쁘다. 그리하여 나의 공간의 정리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
매일 정원만 손질하느라 바쁜 나는 내부 정리를 미루고 또 미루게 되었다. 급기야 두 번째 정리의 달인인 J가 놀러 왔다가 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자기야, 이걸 왜 안 버려. 어휴~ 정말.
“나는 뭘 버려야 할지 모르겠어. 보면 다 필요한 거야. 그런데 그 미간에 주름이나 펴. 주름 생기겠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를 어이없는 눈빛으로 보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버리라면 버릴 거야?
그렇게 시작된 정리는 몇 시간 지속되었다. 빵 사들고 와서 커피 마시려다가 봉변당한 그녀는 두 곳을 정리하고 버릴 것 두 박스를 내놓았다. 그것만 해도 세 시간이 훌렁 지나갔다.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하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금암동 진**에서 소바를 사 줬다. 진** 앞 ‘태평 소바’가 훨씬 맛있다. 상호명이 같은데 남부시장 진**은 맛이 있던데 그곳과 맛이 다른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달다. 달아.”라고 말하며 대충 먹었다.
돌아와서 다시 정리를 하다가 다 못하고(당연히 다 못한다. 이삿짐 정리 끝이 없다.) 결국 그녀도 집으로 돌아갔다. 가면서 미진한 정리가 못내 아쉬운지 다른 곳은 다음번에 와서 해 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전주천 너머 신축 아파트에 산다. ‘모닝’(나의 공간의 새로운 이름)에서 15분이면 J의 거실까지 갈 수 있다. 정말 지척이지만 우리 둘 다 직장생활로 바쁘니 얼굴 보기도 힘들다.
자기가 만든 것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잖아. 잘 진열해 놓고
나머지는 버리고, 간절히 필요한 것은 안에 놓아.
함께 다**에 가서 낮은 투명 박스 몇 개를 샀다. "천들은 이 곳에 좀 넣어 놓고" 어쩌고 또 잔소리를 한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라고 건성으로 말하고 집에 와서 박스를 쌓아 놓고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에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러다가 그녀가 올 때까지 정리 과제를 하나도 못 할 지경이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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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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