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구의 주인을 찾아주어서 다행이다. 엄마가 기지를 발휘해 그 아주머니 집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독구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니 너무 아찔해서 계속 심장이 두근거렸다. 개장수가 데려갔을 수도 있고, 거리를 배회하다 정말 유기되거나 자동차 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 내가 유기견센터에 데려갔더라면 유기견 공고 기간이 지난 뒤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독구가 집에서 멀리까지 도망가지 않았고, 우리 리를 피해 도망가지 않았으며, 유기견센터는 오늘 쉬는 날이었다. 그리고 독구 주인이 집에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운이었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독구가 주인 없이 생을 마감하지 않을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 그런 생각도 들었다. 독구는 그 아주머니 집에서 한평생 그랬듯 문 앞에 묶여있는 채로 앞으로 남은 생을 보내겠구나. 추운 야산이나 길거리, 공사장터 같은 곳에 묶여있는 개들에 비하면 독구는 그래도 주인이 사는 집에 있어 나은가 싶지만 그래봤자 독구의 집도 그냥 나무판자로 엮어진 추운 집일 것이었다. 집 안에 가보거나, 산책이라곤 평생 해 본적도 없이. 게다가 뱃골은 또 어찌나 말랐던지 나이 든 개임을 감안해도 갈비뼈가 훤히 보이는 데다 뱃가죽은 등가죽에 붙을 정도로 홀쭉한 것이 아주머니 아저씨가 대체 뭘 먹이며 키우시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내가 갖다 준 닭고기 간식과 엄마가 준비해 준 사료를 맛있게도 먹은 모양이다.
집에서 캠핑장까지 독구랑 걸어가는 길에, 독구가 처음엔 천천히 걷다가 나중에는 좀 신이 나는 듯 뛰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게 산책이라고 생각해서인가 폴짝폴짝 가볍게 앞으로 전진하는 아이를 보니 그전에 산책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뛰는 잠시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전봇대에 묶어 놓고는 마음이 불편해 도대체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나는 얘를 여기 묶여두고 서울에 갈 수 있을까,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봉황목장 아저씨가 아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월요일까지 기다려보고 주인이 안 나타나면 유기견 센터에 내가 데려다주는 게 낫지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괜스레 독구가 잃어버린 복실이인 줄 알고 2층 사무실에서 1층까지 뛰어내려온 그 아저씨가 눈에 또 밟힌다. 며칠 동안 달봉이가 집에 오지 않았을 때, 달콩이가 산에 가 하루가 넘도록 소식이 없을 때 우리 가족은 또 얼마나 울고, 얼마나 끔찍한 상상들을 했었나. 혹시나 나뭇가지에 줄이 엉킨 건 아닌지, 멧돼지 같은 것에 공격을 당한 건 아닌지, 덫에 걸려 피를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개장수가 데려가 도살되기 직전은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다 가슴이 메어져 아무것도 못하는 그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복실이를 꼭 찾아주고 싶은데 이놈의 복실이는 어쩜 이렇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건지. 대체 어디를 간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