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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Mar 08. 2019

제주도 육분의 일, 정말?

몰타를 말하다 2


제주도의 1/6, 작지만 강한 나라


‘몰타는 작은 나라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몰타를 관광하려면 하루면 족하고, 이틀이면 넘친다는 과장 섞인 듯한 말엔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그래도 몰타가 무슨 서울인가? 서울도 하루 만엔 볼거리들을 관광하기 어렵다. 몰타는 도시가 아니라 ‘국가’다. 아무리 몰타가 작아도 설마, 아니 설마, 그렇게 작겠어?



  아… 근데 작다. 이 나라 정말… 작다. 맨 처음 몰타에서 생활하면서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태어나 처음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설렘이 현실을 똑바로 인지하지 못하게 막았다. 몰타에서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마냥 신나서, 여기가 작은 나란지 큰 나란지 별 생각이 없었다. 


  생활하면 할수록 왜 이 나라가 작다는 건지 이해가 갔다. 몰타에서 차를 빌려 렌터카 여행을 할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한 나라의 동쪽과 서쪽을 약 2시간이면 족히 오갔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고 해도 차로 8시간은 걸리는데…. 남쪽과 북쪽도 다를 바 없었다. 동서남북, 한 나라를 달리고 달려도 차에 가득 채운 연료가 도무지 닳지를 않았다. 버스터미널도 전국에 딱 하나, 수도에만 있다. 몰타는 기대를 훌쩍 넘을 만큼 작은 나라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로 비교해보도록 하자. 몰타 공화국의 면적은 약 316㎢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면적은 1845㎢. 몰타 면적을 약 300㎢이라 하고, 제주도의 면적을 약 1800㎢이라 했을 때 제주도는 몰타보다 대략 여섯 배 이상 커다랗다. 다시 말해, 몰타는 대한민국 제주도보다 1/6만큼이나 작은 섬나라다. 그렇게나 작은데도 제주도처럼 하나의 ‘섬’이 아니라 ‘국가’로 떳떳하게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남쪽의 몰타섬, 북쪽의 고조 섬, 그 가운데에 있는 코미노 섬. 지도로만 봐도 작다, 참 작다!    (출처: Wikipedia)

 

 몰타 공화국은 총 여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에는 가장 큰 섬인 ‘몰타섬’이 있다. 몰타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고조 섬(Gozo)’은 몰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몰타의 중앙 즈음엔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코미노 섬(Comino)’이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 바로 이 세 섬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무인도다.

   

  작디작은 나라지만, 몰타는 2008년도 기준으로 보면 약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엄연한 독립국이다. 단지 작다는 이유로 몰타를 무시할 수는 다른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역사’다. 몰타는 1964년에 건국되어 무려 7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몰타에선 실제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유적들을 몰타에선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 선사시대의 무덤인 하이포게엄(Hypogeum)이라던가 AD60년 경 로마로 압송당하던 중 배가 난파해 한동안 몰타섬에 머물게 된 사도바울을 기리기 위해 만든 지하 묘지 카타콤이 대표적이다. 또 몰타 중세 기사단의 흔적 역시 몰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부한 고고학적 유적으로 유명하다.


  작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방대한 역사를 가진 곳.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오묘한 느낌을 일게 하는 곳. 독자적인 헌법과 법원을 지닌,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유럽 연합의 독립국.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마따나, 그야말로 ‘작지만 매우 강한’ 특별한 나라가 바로 몰타다. 


[ 다음 연재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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