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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Apr 08. 2019

몰타에서 먹는 것들 (feat. 토끼파스타)

몰타를 말하다, 4



몰타에선 무얼 먹나요


몰타의 흔한 마샬셜록(marsaxlokk) 풍경. 형형색색의 루즈(Luzzu) 배가 몰타 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중해st란 이런 것,
몰타 참치

 

  몰타에서 가장 유명한 해산물! 바로 ‘참치’다.


 일요일 오전 몰타에선 커다란 어시장이 열린다. 알록달록한 전통 고기잡이배  ‘루즈(Luzzu)’가 둥둥, 그림처럼 떠다니는 지중해. 그 푸른 배경을  등지로 수십 개의 천막이 기다랗게 펼쳐진다. 테이블 위 두꺼운 나무 도마 위에선 팔딱팔딱 거리는 반짝이는 생선들이 눈부시다. 바로,  ‘마샬셜록(marsaxlokk)’ 이야기다.


현지 참치 사진을 못 찍어와 참조로 올리는 사진. 실제 몰타 참치는 사진보다 훨-씬 컸다.


 맛은 어떨까 묻는다면, 의외의 답을 남길 수밖에. 애석하게도 그토록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아,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몰타 도착 이후 초기 정착을 도와주셨던 한국 분과 함께 몰타 참치와 연어를 함께 먹은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몰타의 연어는 눈물나게 맛있었고, 정작 그 유명하단 몰타 참치는 그저 그랬다. 이건 마치...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었는데 서울 시내에서 먹었던 닭갈비 보다 별로라고 느꼈을 때와 같달까.


  물론,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신선한 참치는 아녔다. 마샬셜록 근처 혹은 어시장에서 바로 먹는 생 참치는 또 다른 차원의 신선함이 있을 것. 필자야 애석하게도 그 기횔 놓쳤으나, 누군가 몰타의 마샬셜록 어시장을 들를 기회가 있다면 한번쯤 '싱싱한' 몰타참치를 맛보셨으면.


  아무리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한들, 춘천에 들렸으면 춘천 닭갈비 정도는 먹어줘야 인지상정 일테니!






토끼 고기를 베이스로 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정통 몰티즈 레스토랑.


들어는 봤나,
토끼고기

 

 참치보다 열세 배는 더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몰타의 전통음식 중 하나. 들어는 봤나. 무려 ‘토끼’다. 


 '오 마이 갓! 토끼? 쫑긋 귀를 세운 모습이 귀여운, 당근을 좋아하는 그 몰랑몰랑한 토끼 말인가요? 정녕, 그 토끼를 먹는단 말인가요…?'


  음... 먹는다.


   처음엔 ‘설마…’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설마는 살다보면 여러 번 사람을 잡는 법.


 몰타에서 들렀던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실제로 ‘토끼고기’를 주문할 수 있었다. 토끼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본인 역시 그 요리에 호기심이 샘솟았던 것이 사실. 몰타에 왔는데 몰타의 전통 음식 정도는 먹어보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심보가 컸다. 토끼를 길러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그 정도의 호기심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합리화도 한 몫을 더했다. 그래서 도전했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토끼고기 파스타'를.


문제의(?) 토끼고기 파스타. 이 안에 정말 토끼가 깡총(?)

 

  첫 맛은 과연?! 놀랍게도 아주 요상치 않았다. 어디서 꼭 먹어본 것 같은 익숙한 맛이 었달까. 왜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걸까 곰곰이 따져보니 그 맛이 꼭… ‘찜닭’과 비슷하다. 토끼 고기와 닭고기의 맛이 비슷할 것이라곤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역시 세상엔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가 너무나도 많은 듯하다.


  다만, 무턱대고 토끼고기를 시식하기엔 위험부담이 좀 있다. 후각에 예민한 사람들에겐 특히 추천을 피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향신료 때문인지 아니면 토끼고기 자체의 맛이 원래 그런 것인지,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향이 코 주변을 자극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토끼야 미안해, 엉엉.)


  그럼에도 토끼에 대한 미안함이 상쇄될만큼 '강한 호기심'을 지닌 분들께는 슬쩍 도전을 권해본다. 생애 한번쯤은... 그러니까, 아마도 딱 한 번 쯤은 토끼도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쿨럭)






엿 같은 듯 엿 같지 않은 엿인 것 같은.... '누가(nougat)'



이건 뭐 엿도 아니고!
누가(nougat)


  '누가(nougat)'는 몰타의 대표 전통 디저트다. 몰타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꼭 사간다는 바로 그 녀석.

 

 설탕, 꿀 등에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배합해 굳혀서 만든 당과로 알려져 있는 누가. 얼핏 생긴걸 보면 엿과 비슷하다. 그치만 제형은 엿보단 좀 더 부드럽게 씹힌다고 해야할까. 음… 분명 엿 같은데…  (뭔가, 욕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초콜릿과도 비슷한 질감도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가장 기본적인 백색의 누가가 제일 맛났다. 만들어진 특성 답게 매우 달아서, 계속 먹다 보면 치아가 썩는 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질리는 맛이 아닌 고소하면서 달달한 맛. 진짜 엿은 먹다보면 입에 달라붙고 딱딱해서 잘 씹을 수 없는 게 불만스러운데, 이 누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엿 인데 엿 안 같지만 그래도 엿같은 엿, 누가. 한국에 올 때 요 매력쟁이 누가를 많이 쟁여오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후회막급이다. 엉엉.





마성의(!) 파스티찌(pastizzi)다. 따끈할 때 먹으면 특히 최강!



가성비갑 치즈파이
파스티찌(Pastizzi)


   몰타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장 그리운 것, 단언컨대 ‘파스티찌(pastizzi)’! 


  일종의 치즈 파이라 생각하면 쉽다. 겉은 페스츄리처럼 바삭하고 그 안에는 짭조롭고 부드러운 슈크림 같은 치즈가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 접하기도 매우 쉽다. 워낙 상점이 많아 몰타 지역 곳곳에서 파스티찌를 파는 작은 구멍가게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왼쪽 흰색 간판에 'Pastizzeria'라고 써있는 곳이 주로 파스티찌를 파는 구멍가게다. 금방 만든 파스티찌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제일 사랑스러웠던 건 단연코 가격이다. 파스티찌 개당 단 돈 0.30유로 정도였는데, 이 말은 즉... 1유로도 되지 않는 아름다운 소수점이 찍히는 가격이라는 얘기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단돈 400원에서 500원 사이. 아름답다. 고로 몰타에 간다면, 파스티찌는 '가능하난 많이' 섭취하시는 게 남는 장사!


  몰타에서 돌아왔을 때 가장 그리운 가성비갑 디저트가 될 것임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





전반적으로 짭쪼롬한, 그러나 풍미 깊은 몰타 속 이탈리안.



좌로 우로
이탈리안(Italian)


  몰타에서 제일 많이 먹게 되는 가장 일상적인 음식은? 이탈리안이다.  몰타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대다수의 음식들 부터가 이탈리안 푸드이고 시내 레스토랑의 종류도 살펴보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가장 많다.


  실제로 파스타, 라자냐가 몰타에선 흔한 주식이다. 인근 마트나 슈퍼에만 가도(심지어는 아주 작은 동네 슈퍼를 가도) 1유로도 채 안 되는 가격에 파스타 면을 살 수 있다. 파스타 완성에 필요한 토마토나 크림소스 또한 비슷한 가격대로 매우 저렴하다.


 필자 역시, 몰타에 지내는 기간 동안 살면서 먹은 파스타 양의 대략 세 배 정도는 더 몰아서(!) 섭취했다. 주로 직접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듣기엔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상 '생존용 파스타'였다는 점은 비밀 아닌 비밀. 파스타 면을 대충 시간에 맞춰 삶아 살짝 볶은 채소에 넣고, 구매한 소스를 선택해 투하하면 수 분 이내 파스타가 곧바로 완성. 엄청 싸고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바로 파스타였다.


  DIY로 곁들일 재료도 무궁무진하고(베이컨 부터 해산물까지!), 소스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니 만들어 먹는 재미가 확실! 게다가 파스타와 관련한 모든 재료가 상당히 저렴하니, 더 부담도 적다.


귀차니즘이 부른 생존용 파스타들. 몇 개 재료를 조합해서 넣었더니 맛있어서 몇날 몇일 질리도록 그 파스타만 만들어 먹었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파스타란 음식 자체가 양식 전문 요리사나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요리가 아닌가... 하는. 그런데 웬 걸. 몰타에서 한 달만 생존하더라도 누구나 알게될 거다. 몰타에선 좌로 우로 어딜가나 파스타가 널렸고(?), 먹고 살려면 싫어도 그걸 먹고 살 수밖에 없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직접 만들어도 먹고, 동네 레스토랑에서도 먹고, 친구 집에 놀러가도 먹고, 파티에 가서도 먹고... 파스타, 피자, 라쟈냐 등. 몰타에선 고개만 돌려도 이탈리안 음식이 사방팔방이다. ●


[ 다음 연재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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