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영 Dec 25. 2018

내가 걸어낸 길, 누군가의 이정표

Prologue

  

  반년 만에 밟은 한국 땅. 보고픈 맘을 참지 못하고 그리웠던 친구들과 잽싸게 약속을 잡았다.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한데 어찌 된 일일까. 나와 눈을 마주치자 미리 짠 듯 모두가 똑같은 말을 퍼붓는다.

 

“헐... 서영!
외쿡 물 좀 먹은 것 같은데?”


  오잉? 뭐시라? 그래, 맞다. 6개월 간 깨끗한 한국 물을 못 마시고 살긴 했다만…! 아무래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한국 돈으로 오백 원짜리 가죽 팔찌를 몇 개 공수해와 팔에 차고 나갔더니 좀 달리 보이는 걸까? 아님 큼지막한 금색 귀걸이가 너무 튀어 보이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혹시, 내면적으로 무언가 변한 내 모습이 그들에 눈에 쏙 들어오기라도 하는 건가?


  그렇다. 고작 반년 동안이었지만, 감히 ‘고작’이라 표현하긴 서럽다 싶을 만큼 많은 일들을 겪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무진 생소한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로의 비행이 톡톡 튀는 여정의 시발점이었다. 몰타 생활을 기점으로 백여 명이 넘는 외국인 친구들과 뜨뜻한 우정을 공유했고, 그들과 쭈뼛쭈뼛 대화를 시도하며 떠듬떠듬 제대로 내뱉지 못하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왔다. 유럽 인근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유럽연합 소속국인 몰타를 최고의 베이스캠프로 두고, 유럽 곳곳을 배낭 하나 짊어지고 가난하게 여행도 했다. 몰타 생활 6개월 여 간 틈틈이 지구 위를 누빈 날은 도합 45 여일. 네 차례로 쪼개 한 틈새 여행 동안 방문한 나라를 세어 보니 열여덟 국가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기 위해 발가락 마디마다 물집이 잡혀 터져 버렸을 만큼 참 바쁘고 외롭게도 돌아다녔다.


  


 앞으로 연재될 글들은 반년 간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몰타에서 야물딱지게 생존(?)하고 돌아온 한 평범한 청춘의 작은 기록이다. 몰타로의 비행을 고민하던 순간, 대형서점 검색대에서도 몰타 관련 책을 찾을 수 없어 막막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당시의 나처럼 방 한구석 어귀에서 인터넷에 난무하는 정보만을 믿기엔 답답할 누군가에겐 이 서툰 글들이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나로 열심히 적어 내렸다.


  가만 보면, 내 나이 아직 이십 대. 젊다면 그저 젊기만 하겠다 싶은 나이지만 눈 끔뻑이며 살아온 시간 동안 세상에 받은 도움이 참 많다. 대화만으로 자극이 되는 사람들, 허투루 살지 말라는 지혜를 주는 책들, 가장 소중한 친구가 돼주는 음악들 등등…. 간접경험이란 자양분으로 한정된 시간의 무력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들 덕택에 감히 ‘불행하지만은 않은 청춘’으로 뚜벅뚜벅 도전하며 지내올 수 있었다. 그들이 나의 꿈길 속 빛나는 이정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몰타’라는 낯선 나라에 어학연수 혹은 여행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배낭을 짊어지고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인 ‘유럽여행’을 할 계획을 야심 차게 그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만 몰두하다 어느덧 잃어버린 가슴속 ‘무모한 용기’를 되찾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 앞으로의 글들이 작지만 중요한 자극이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한 자 한 자 경험해 낸 모든 걸 에피소드와 함께 생생히 녹여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서툴고 부족한 건 나를 키운 경험의 탓이 아닌 경험을 통해서도 온전히 성장치 못한 청춘의 풋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로 자극을 얻는 누군가가 생기었으면 한다. 그래서 그이가 새롭고 신선한 자신만의 ‘길’을 다시 터 주었으면. 누군가의 무모한 시도가 때로는 한 여름날 들이키는 맑은 물처럼 세상 가장 시원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말했다. ‘꿈꿀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하다’고. 자, 우물쭈물 대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콩닥콩닥 설레는 가슴을 주체하지 말기로 하자. 미지의 탐험을 ‘함께’ 떠나보는 거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걸어낸 바로 그 길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바라건대 선명한 꿈을 품고 있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안 될 건 없을 것이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