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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머리 Jul 24. 2020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더 갖고 싶어 하고 소유하려고 하지 더 적은 삶을 생각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은 두 남성의 신념과 세상을 향한 메시지, 그리고 평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미니멀리스트'라고 불렀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무엇을 깨우치게 하려기보다는 덤덤히 흘러가는 전개가 제법 인상 깊었다.

물건을 소유하게 될 때의 만족감은 길지 않으며, 또 다른 물건을 탐하게 되지만, 결코 마음의 만족은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알려주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이유가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서이고, 생각 없이 하는 소비는 우리를 행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을 파괴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항상 신제품이 나오기 마련인데, 나는 무엇을 가지고 행복감을 느꼈는지, 그 행복감은 언제까지 이어졌었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로 내 스스로를 옥죄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특히, 스마트폰은 어쩌다 보니 없으면 불안한 물건이 되었다. 이 기괴한 물건으로 그 안에서 물건을 사고,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고, 사진을 찍고, 배달음식까지 시켜먹는다.

나의 모든 일상이 이 손바닥 크기의 조그만 물건에 종속되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호주머니 속 이 물건의 진동이 한동안 울리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꺼내본다는 건, 복잡한 세상에서의 소외와 불안감이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남에게 보이는 게 뭐가 중요? 옷 고르는 게 더 스트레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에도 미니멀리스트가 있었다.

대학시절, 동기들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 친구에게 놀림을 주곤 했다.

덥수룩한 머리스타일에 삐쩍 마른 몸으로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 친구에게 우리는 진정한 복학생(당시 TV 프로그램'개그콘서트'의 인기 캐릭터)이라며 웃어댔다.

사실 이 친구, 가난해서라기보다 단순함 그 자체를 추구하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중요하지도 않은 옷차림에 얽매이며 남을 의식하는 것은 사회적 공허감을 채우기 위한 무의식적 수단일 뿐이다.

문화가 그렇게 조성되었고 우리의 습관이 된 거지 나를 꾸민다고 해서 의식까지 바뀌진 않는다.

물건을 버리고 자유를 얻은 그 친구는 지금까지도 불필요한 걱정 최소화하며 또 그 진가를 알아본 여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아 환경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문득 고개를 돌러보니 집안 곳곳에 필요 없는 물건들 넘쳐흐른다. 거실 소파에는 둘째가 아기 때나 가지고 놀던 책들과 장난감으로 가득 차 앉을자리조차 없으며, 온갖 동화책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방 한구석에 쌓여 있다.

붙박이장과 베란다 창고는 언제 썼는지도 모르는 또 언제 쓸지도 모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물건들이 많아지는 만큼 싸움과 스트레스도 깊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나 두 아이들에 거 소유권을 구분 짓는 말을 하고 있다.

끝이 없는 집안일도 문제였다. 없어도 될 물건들이 나의 수고를 더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쉽게 싫증 낼걸 알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소비를 하고 있었다.

절제가 어려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왜 이 물건이 필요한지 의문조차 없었다.

필요한 건 값비싼 비행기 장난감이 아닌 아이를 업고 비행기를 태워주는 신체적 놀이와 공감이 더 중요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론 :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돼서 행복을 누리고 싶다


미니멀리즘은 결국 삶의 패턴을 단순화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필요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며 가볍게 살되, 내게 중요한 것들에 열정과 집중을 다하여야 한다.

불필요한 물건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늘려주지 않는다.  

공간을 정리하고 단순함을 유지하는 균형 잡힌 생활만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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