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요즘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병원에 마련되어 있는 영안실로 옮겨 그곳에 빈소를 차리고 조문객을 받는 모양이다. 상가를 찾는 조문객은 조의금 봉투를 들고 문상을 가고, 가족과 친지들은 빈소를 지키며 방문하는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장례식은 참석한 이들을 근처의 식당으로 안내하여 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미주에 사는 한인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장례를 치른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빈소를 마련해서 조문객을 받는 것이 생략되는 정도다.
망자를 장의사에 모셔 놓고 장례일정을 잡는다. 장례식은 보통 교회나 장지에 있는 예배실에서 하는데 더러는 장의사에서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장례식 하루 전쯤에 ‘뷰잉’이라고 해서 가족과 조문객들이 관에 누운 고인의 모습을 보며 작별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고인이나 그 가족의 신앙에 따라 추모예배를 보기도 한다.
우리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장례를 치렀고,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한정식 식당에서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미국인들의 장례문화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죽으면 이웃과 친지들은 음식을 만들어 그 집에 가지고 간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집에는 친구와 친척들로 북적이는데 끼니때 음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매일 이 사람 저 사람이 음식을 해다 주기 때문이다. 이때 가져오는 음식은 오븐에 넣어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거나 식은 채로 먹어도 무관한 것들이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 집의 형편이 어려워 장례비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변에 알려 모금을 하기도 하지만, 현금으로 조의금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때 자동차 세차 같은 것을 하며 모금을 하기도 한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은 대개 음식이나 꽃을 가져온다. 고인이 생전에 뜻을 밝혀 놓았다면 그가 정해 놓은 자선단체나 기관에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장례식날도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느라 가족들이 애를 쓸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장례식에는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더러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식사는 제공되지 않는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만이 유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집에 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이웃이나 친지들은 장례기간 동안 상가를 드나들며 설거지나 청소, 아이들 돌보는 일 등의 도움을 주며 가족을 위로한다. 가족을 잃은 이들이 오롯이 슬픔을 느끼며 상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는 일상에 필요한 도움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문상객도 없고 밤을 새운다며 화투판을 벌리는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