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눈 녹인 산골짝에 꽃이 피누나
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
세월을 한탄하랴 삼팔선의 봄
싸워서 공을 세워 대장도 싫소
이등병 목숨 바쳐 고향 찾으리.”
‘삼팔선의 봄’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6월이 되면 ‘가요무대’에 꼭 한 번씩 등장하는 노래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세차장에서 차를 세차하려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가요무대’에서는 설운도가, 방송에서는 나훈아가 부른 것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다. 하지만 나는 어느 이름 없는 노병이 부른 버전으로 기억하고 있다.
20여 년 전, 타운의 중식당 ‘용궁’에서 어머니 환갑잔치를 해 드리던 날의 일이다. 가족들의 순서가 끝나고 가라오케 타임으로 넘어갈 즈음 헌팅캡을 삐딱하게 쓴 중년의 사내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삼팔선의 봄’을 멋지게 불렀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와 노래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알고 보니 그는 아버지의 부하로 6.25를 겪은 실향민 노병이었다.
그날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던 어머니와 이 노래를 들으며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던 아버지는 모두 돌아가셨고, 어쩌면 그 중년의 사내도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
곧 6월이 돌아오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휴전을 종전으로 바꾸고 냉전을 화해의 시대로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60여 년 전 이름 없는 골짜기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은 누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렸던 것인가.
스마트 폰으로 노래의 가사를 찾아 불러 보는데 문득 목이 메어 노래를 끝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