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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농부 세네월 Jul 16. 2020

나배기와 사과 적화 및 적과  (2/2)

2020년 사과 농사- 2. 나배기와 사과 적과 

4. 적과

적과는 바둑으로 말하면 기본 포석과 같다. 기본 포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영역이 좁아진 것으로 부분적인 전투에서 선방하더라도 전체 판에서는 확보한 영역이 적어 가망이 없다.  적과는 착과 된 과일 중 끝까지 같이 갈 선수를 선발하는 일이다.  선수 선발이 잘못되면 이길 수 없다.  과거 몇 년간 온몸으로 실패를 체감하면서도 매번 잘못하는 부분이 "적과"인데 늘 내가 내게 중얼거리는 말은  " 적은 게 많은 거야, 바보야"이다. 정예 선수만을 남기고 적과를 하면 당장은 적은 것처럼 보이나 시간이 가면서 사과가 비대해지면 숫자가 많은 조그만 사과보다 더 많아진다. 분명히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매년 수확기가 다가오면 뼈저리게 후회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착과 이후 2-3주 이내에 인력을 동원하여 1차 적과를 하고 다시 4-5주 이내에 인력동원으로 거리적과를 하는 2차 적과 그리고 내가 하는  3차 적과를 6월 하순까지 마무리하는  수순이었다. 그동안 적과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적과제인 세빈 (카바릴)이 꿀벌에 독성이 있어 염려가 되는 데다 적과제 살포의 결과가 나타나는 2주 후에야 (올해의 경우 5/18 적과제 살포했으므로 6월 초에 ) 1차 인력적과가 가능하므로 적과가 늦어짐으로써 생기는 나무의 에너지가 낭비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상 인력 의존도를 낮춰야 하고 또 적과제의 작용기작이 한정된 나무의 에너지를 제일 큰 사과에 몰아주기이므로 기다리는 2주간 적과제가 일을 하는 데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살포하면 벌에 해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4.1 적과제 살포

 적과 대상 나무가 적고 또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적과제도 확보되어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며 처음으로 "6BA + 카바릴" 적과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6BA 제재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된 제품이 없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제품으로 적화, 적과에 사용되고 있고 카바릴은 '세빈"이라는 상표로  우리나라에서 적과제로 사용되는 품목이다. 자료를 조사해보니 과거에 전북대학교에서 같은 자료로 연구한 논문이 있고 그 당시 최고의 결과를 확보한 "6BA 75ppm+ 카바릴, 착과 크기 12mm"의 조합으로 시행하였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6BA 미국 제품인 'MaxCel"의 주의사항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 물의 양은 나무의 크기와 배열에 맞추되 1000리터/3000평이 적당 (통상 우리나라의 1/3 물의 양)

- 적과를 위해서는 50-200ppm을 과경  5-15mm에 살포

- 한 시즌당 총사용량이 22.5리터 (6BA  446그람)/3000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
-  살포량의 80%를 나무 수형의 상부 2/3에 살포할 것.
-  살포 후 2-3일간의 온도가 18도 이상일 경우 효과적임.

- 일반적으로 단용을 권하나 2차 살포가 필요한 경우 첫 살포 일로부터 7-10일간 효과를 관찰한 후에  큰 사과
   의 과경이 20mm 이하 일 때 실시할 것.

5/18일 시나노골드, 5/21 부사에 살포함.


4.2 적과제 살포 결과

통상적으로 결과가 가시화되는 2주를 기다렸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적과제를 살포한 흔적이 없이  특이 사항이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같이 실행한 다른 친구 2명도 마찬가지로 한 친구는 우리가 확보한 6BA제재의 성능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6BA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같이 친 세빈은 농협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진위를 의심할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하더라고 미처 크지 못한 작은 녀석들에게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 텐데...


4.3 나배기의 등장
사과의 방제와 적화, 적과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한 한 밴드에서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 아버지가 올해는 나배기이므로 과경 7-9mm에 적과제를 살포하라고 하셔서 9mm에 살포했는데 대성공"이라는 것이었다.  즉시 댓글로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나배기" 인 줄 아셨는지를 물어봤으나 지역마다 다르다는 일반적인 언급뿐이었다. 

나배기 1  : [명사] ‘나이배기’의 준말
나이배기 : [명사]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예문
그는 사춘기의 학생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군대까지 다녀온 나이배기였다.


    나배기로 규정지을 수 있는 현상들을 알기 위해 기술센터의 우팀장에게 군내의 사과 고수들과 사과 농사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알아봐 줄 것을 부탁하였다. 며칠 후에 우팀장이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르더라고 얘기하며 다음과 같은 아주 흥미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식물들에게는 누적 광량이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중요 지표가 된다. 올해는 일기불순으로 발아부터 착과까지 평년의 30일 보다 1/3이 더 긴 40일이 걸렸다. 결국 늘어진 기간이 착과 된 사과들을 "나배기"로 만든 것이다.

2020년 사과 발아 : 3/25 - 만개기 (후지) : 5/3
*과거 10년간 봉화지역 개화기 조사표 참조 ( 봉화기술센터 우팀장 제공)

  

전술한 이의 아버지가 무엇을 보고 "나배기"로 판단했는지는 모르지만 우팀장의 말에 의문이 풀렸다고 생각한다. 즉 올해 살포 최적 과경이라고 판단했던 12mm는 시간상으로 볼 때 예년의 15-20 mm 혹은 그 보다도 더 큰 크기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과제 살포 시점에 아주 작은 크기의 사과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적과제가 작용할 수 있는 크기의 사과가 거의 없었기에 세빈의 적과 효과도 없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거의 모든 사과가 "나이배기"였던 것이다. 실제로 아주 작았던 '나이배기"가 아니었던 사과들은 손 적과 중 더러 발견되기도 했지만 그 수는 미미했다.

비록 수가 적긴했으나 아주 성공적으로 적과되어 중심화만 크게 남기고  주변 측화에서 착과된 것들은 과경이 노랗게되어 떨어지려 하고 있다.

4.4 이번 적과제 사용으로 얻은 것

손 적과를 하면서 발견한 위 사진들은 6BA+세빈의 조합이 훌륭히 작용한 증거로서 적과제 사용시점이 과경의 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발아 - 착과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과일의 크기는 시간의 결과이긴 하지만 일기 상태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달라지고 따라서 과일의 크기도 달라진다. 날씨가 좋으면 왕성한 광합성의 결과로 짧은 시간 내에 커질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시간이 길어져야 같은 크기가 될 것이다. MaxCel이나 세빈이 적용 크기를 5-15mm 등으로 표기하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적과제의 살포 시점은 과경의 크기가 아니라 어떤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좋은 날씨가 연속될 경우에는 12mm, 일기불순으로 나배기 현상이 생길 때에는 7-9mm가 되는 시점이 살포 적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화제 사용 시와는 달리 관찰과 기록이 필요하다. 착과 이후 과경의 크기를 측정하고 적과제 살포 일과 그 결과까지 기록하게 되면 몇 년 지난 뒤에는 마치 기출문제 모음집처럼 살포일 결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단지 적과제 살포 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랐던 것이 어찌 보면 너무 쉽게, 날로 먹으려던 것이 올해의 실수 인 셈이다. 사과 선생님인 하마이스터님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적과제 살포를 위해서 매번 과경을 측정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경북대 윤 교수님도 이태리에서도 측정하며 과경 사이즈의 그래프의 기울기가 꺾이는 시점에 살포하는 적과제의 효과가 크다고 알려 주셨다.


최적의 살포일은 측정을 통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5. 2021년 적과를 기대하며

올해의 적과제 사용 실적은 전혀 신통치 않았지만 적과제의  효율적 사용 시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한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과문한 탓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적과제 사용에 대해 보거나 들은 것 중에는 언제나 크기를 기준으로 했고 효율적인 살포를 위한 타이밍에 관한 언급이 없거나 있더라도 "중요하다"는 정도 일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살포 타이밍을 잡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없었다. 앞으로는 "나배기" 여부를 감안하고 착과 이후 과경의 크기를 관찰하는  분석적인 접근을 통하여 실행하고 그런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성공적인 적과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 될 것이다.

 

2021년에는  적과제를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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