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관리 담당자에게 필요한 시각화 사례 모음
기업의 데이터 활용 사례로서 요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는 공급망 데이터 활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공급망 관리 담당자라면 공급망의 ‘가시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요. 가시성이라는 용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공급망에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걸까요?
공급망은 여러 업체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문제가 연쇄적으로 작용해서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어요. 이때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내부를 빠르고 쉽게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정확한 문제 지점을 찾아내어 해당 지점까지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급망에서 시각화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작년 11월 한국무역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응답 결과를 보면, 기업이 왜 공급망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우리 기업의 10개 사 중 7개사가 공급망 문제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불과 33.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법적 규제 등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의 대응 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죠. 오늘은 공급망 가시화, 시각화 사례를 통해 기업이 공급망 리스크 대응 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배터리 공급망 관련 사건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에 불이 나 차량 40대가 불에 타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붙으면 전소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아서 화재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운데요. 사람들은 이번 사고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화재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재가 난 전기차는 주차장에 가만히 있었는데도 차량에서 갑자기 불이 났기 때문이에요. 보통 전기차에 불이 나는 경우라면 차량을 충전하던 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외부로부터 큰 충격을 받은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화재 사고는 빈번히 발생해 왔는데요.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반복되어 온 만큼, 배터리의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사고 차량을 판매한 업체에 해당 배터리가 어디서 생산된 제품인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사측에서는 해당 차종의 배터리 팩을 자회사에서 생산했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공급망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는데요. 전기차 배터리는 셀, 모듈, 팩 단위로 제조 단계가 나뉘고 각각의 제조사도 다르기 때문에, 배터리 팩에 문제가 없다면 더 작은 단위의 부품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팩의 하위 단위인 배터리 셀이 중국에서 제조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게 되었어요.
이처럼 부품 하나의 결함 또는 공급업체 한 곳의 문제가 엄청난 손실을 만들 수 있는데요. 전기차 한 대를 완성하기까지 길고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품 결함 등의 내부적 원인 외에도, 배터리 공급망에는 다양한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데요. 배터리 업계에게 ‘공급망 리스크’라 불리는 위험 요소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망 리스크를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서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리튬 등의 핵심 광물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따라서 미국은 공급망에서 지배력이 높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시행했는데요. 감축법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원자재를 조달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이미 중국으로부터 공급받는 원자재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업체들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합니다. 지리적·정치적 긴장으로 인해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원료 수급에 제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에요.
두 번째는 유럽 연합(EU)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ESG)에 관한 규제를 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EU에서 전기차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2026년부터 도입한다고 하는데요. 제도가 이행되면, 기업은 배터리 법에 따라 배터리의 전 생애 주기를 디지털화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해요. 또 EU의 ‘공급망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곧 시행될 예정인데요. 전체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이나 삼림 벌채 등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각종 의무를 담은 지침입니다. 이 지침이 시행되면 실사 의무 대상 기업은 자신과 자회사뿐만 아니라 공급망 안에 있는 협력사까지 모두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공급망은 더 길고 복잡해지고, 기업이 관리해야 할 범위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제가 공급망 관리자라면 크게 두 가지 고민이 생길 것 같은데요. 1) 어지러운 공급망 안에 잠재된 위험 가능성을 어떻게 미리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2) 문제가 발생한다면 공급망을 어떻게 추적해서 조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고민에 대한 답으로서,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망을 시각화한 사례를 함께 살펴볼까요?
위 시각화는 북미 지역의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 기반을 나타낸 도형 표현도입니다. 원자재를 채굴하는 광산, 제품을 가공하는 공장 등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제조 단계에 따른 업체와 시설을 지도 위에 원으로 표현했는데요. 범례를 보면 원자재(Raw Materials), 모듈과 팩(Modules and Packs), 전기차(Electric Vehicles), 판매자(Distributor) 등의 시설 종류를 각기 다른 색을 사용해서 표현하고 있어요. 원의 크기는 각 시설에 고용된 총 인원수를 의미합니다. 각각의 원을 클릭해 보면 해당 시설의 운영 상태, 생산 능력, 노동자 수, 제품 유형 등의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례는 위치를 표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해당 업체 또는 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사회적 조건까지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임금, 근로자 보호, 조직할 권리 등의 노동정책 지표와 인종, 빈곤, 거주, 건강 등의 사회경제적 지표에 따른 데이터를 단계구분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단계구분도란 색으로 영역별 데이터값의 크기를 나타낸 지도를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임금’ 항목을 선택하면 해당 지역의 임금 정책 점수가 높을수록 진한 초록색으로, 낮을수록 진한 빨간색으로 나타납니다.
만약 우리 회사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새로 계약할 업체를 탐색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시각화 지도를 통해서 인권이나 노동 등의 사회적 요건까지 고려하여 업체를 선택할 수 있을 텐데요. 앞서 살펴봤듯이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할 때 공급망 내 평가 대상이 되는 업체의 범위가 커지고 있다 보니,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협력사를 비교할 수 있다면 공급망에 발생할 수 있는 ESG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알아볼 사례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공급망을 시각화한 플로우 맵 차트입니다. 각 공급처(Supplier)의 위치를 초록색 점으로 나타내고, 공정 순서에 따라 각 점을 선으로 연결했어요. 이때, 제품이 이동하는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해서 공급망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로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화면 오른쪽 하단의 남미 대륙을 보면 콩고에서 생산된 코발트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하단의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칠레에서는 리튬이 수출되는데요. 일본에 모인 원재료는 배터리로 조립되어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배터리를 전기차에 삽입하여 워싱턴 DC로 배송된 후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 지도 위에서 각 공급처의 물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재난이나 전쟁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 시각화의 장점인데요. 예를 들어 배터리 조립 공장이 위치한 일본에 지진이 난다면, 먼저 해당 지역과 연결된 공급처들을 살펴봅니다. 그런 다음 칠레 및 콩고에서의 원자재 수출을 중단하고, 새로운 배터리 조립 공장을 근처 지역에서 찾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앞서 살펴봤던 전기차 화재 사건처럼 완성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제품이 만들어지는 흐름을 역으로 밟아 나가면서 문제의 원인이 되는 지점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터리 업계에 닥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고,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시각화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지도 시각화 유형을 활용해서 공급망을 나타내니 다른 방법으로는 볼 수 없었던 흐름과 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공급망 시각화는 기업 측에서 잠재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지만, 제품의 안정성과 생산 과정에서의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떤 흔적을 남겨 왔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제품과 기업을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응해야 할 리스크는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공급망을 시각화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 드린 시각화 사례들은 사용자가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는 대화형 페이지입니다. 공급망 시각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출처 링크에 접속해서 자세한 기능들을 직접 탐색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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