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꿈과 같은 1박이었다고...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일찍 떠나서 아쉽다고...
2박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과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았던 사람의 에어비앤비 후기이다. ㅋㅋ
(상황설명 - 스킵 가능)
우리는 서부 록키 밴프 여행을 마치고 밴쿠버 쪽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갈 때는 메릿 - 골든을 거쳐서 갔지만 돌아올 때는 켈로나를 들러 돌아오기로 했다.
기왕이면 한 군데라도 더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켈로나도 캐나다 사람들이 휴양지로 많이 오는 곳이고, 오카나간 강(?)이 바다처럼 크고,
와이너리도 많고 해서 정말 재밌을 것 같았다.
예약을 늦게 알아봐서였을 수도 있고 성수기여서일 수도 있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컨디션의 호텔도 가격이 저렴하지가 않았다.
안 좋은 호텔 비싸게 주고 가는 건 골든에서의 2박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에어비앤비를 알아봤고, 아주 환상적인 숙소를 발견해서 예약을 했다.
8월 12일, 오전에 레이크루이스와 모레인을 보고 근처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고 5시간 넘게 달려 켈로나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조금씩 저물어 갈 때였다. 여기가 맞나 싶게 좁은 길을 구불구불,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주차장이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가 보니 아래 정원에 인기척이 있었다.
조디와 대럴(Jodi And Darrell)이 아래에서 열심히 무언가 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런 아름다운 정원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조디와 대럴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조디는 지금 정원을 다듬어서 비료 냄새가 좀 난다고, 미안하다며 밝게 웃었다. 아래에 블루베리 나무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마음껏 따 먹어도 된다는 말과 함께 그들은 위층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올라갔다.
긴 여행에 지쳤던 마음이 이 숙소를 오니 사르르 풀렸다. 마치 새로운 힐링 여행을 다시 온 느낌이었다.
여기 앉으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른쪽에서는 쫄쫄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나 힐링!
너 무 이 뻐
여기 앉아서 풍경을 내려다 보아도 참 좋았다.
다른 후기에서는 블루베리를 따서 주시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왜 직접 따먹으라고 하셨을까...?
뭐 그런 날도 있겠지...
블루베리를 직접 따서 먹으러 아래쪽에 내려갔는데 어디선가 붕붕 벌 소리가 들려서 무서워서 도망 왔다.
두 번 시도했는데 두 번 다 실패했다.
블루베리는 삼촌숙모께서 한아름마트에서 사 주신 것이 더 맛있었다.
흥.
풍경이 정말 예뻤다...
비료냄새가 은은하게 나긴 했는데...
아마 이곳을 새로 만드신 듯했다. 너무 예뻤다.
나는 정원이라고는 오스틴 나오는 나의 정원 게임에서밖에 못 만들어봤는데...
일단 짐 풀고 안에 구경 좀 하고 들어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려 준 암호대로 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로 문자를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도 읽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집 초인종을 눌러 도움을 요청했다. 깜빡하고 암호를 안 바꿔뒀다고 미안하다 하셨다.
쓰면서 생각해 봤는데 이거 약간 인종차별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우리 오는 날 정원 고치고 블루베리 안 주고 암호 안 바꿔놓고..??!?!?!!?
예민해지지 말자. 흠흠.
내부는 무척이나 깔끔했다.
창으로 보는 풍경도 정말 예뻤고. 흠잡을 곳이 없는 숙소였다.
사랑스러운 게스트들의 편지가 남아있다.
나도 사랑과 감동을 듬뿍 담아 방명록을 남겼다.
여기 2박 했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여기가 에어비앤비 숙소 중 평점이 4.98로 엄청 엄청 높은데 그 이유를 이 파일에서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주변 와이너리 목록을 쫙 써서 어느 곳을 추천하는지, 뭐가 좋은 지도 다 적어 두었고, 주변에 배달 가능한 집도 다 정리해서 두고(간단한 설명도 함께), 기타 관광할 곳에 대한 정보와 지도도 싹~ 정리해 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슈퍼호스트의 품격인가 봐...
솔직히 호스트분들이랑 교류를 거의 안 했는데, 예쁜 공간에 마음이 활짝 열려 버린 나. 나 혼자서 이런저런 것 소품을 구경하면서 내적 친밀감이 더 쌓였다. 그 당시 마음으로는 인사동에서 한국 장식품 뭐라도 사서 올걸, 아쉽다고 생각했다.
금사빠라는 나의 특징이 이런 데서도 발현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부 소파에 앉아있어도 편하긴 했지만 바깥에서 느끼는 바람과 분위기는 이길 수 없었다. 바깥이 밝으면 굳이 여기 앉아있을 필욘 없지. 해가 다 지면 아쉬울 것 같으니 다시 나가기로 한다.
근데 솔직히 지금 사진을 보며 생각해 보니 숙소가 사랑에 빠질 만큼 예쁘긴 했다. 작은 장식 하나하나가 참 섬세하며 아름다웠고, 가꿔둔 정원과 뒤쪽으로 보이는 물, 산, 그리고 노을이 너무나도 예뻤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조명도 하나 둘 켜지는 모습..
최 고 ~!
저녁 풍경도 예뻤다. 모기 물릴까 봐 그랬던가 추워서 그랬던가, 해가 지고 나서는 강 쪽이 아예 시커매서 무서워서 그랬던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재치 있는 문구와 멋진 문구도 슬그머니 웃음을 준다. 내일이면 집에 가니 빨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따뜻하게 씻고 노곤한 상태에서 오래지 않아 꿀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밴프와 레이크루이스는 그렇게 시원했는데 여기는 오후 기온 30도 예상이다. 나라만 같지 정말 아예 다를 수밖에 없는 광활하게 먼 땅덩이다. 그리고 켈로나는 특히 더 덥고 건조한 사막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2023년에 불이 크게 나기도 했다.)
집에선 맨날 커튼 안 걷지만 여기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부터 걷어봤다.
해 쨍쨍 풍경도 너무 예쁘잖아!
까치집 자연인 상태로 거실에 나오다 블라인드가 걷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그와 혼자 감상에 빠져있는 나의 모습이 사뭇 대조적이었다.
그가 씻으려고 한다고.. 밖에 대럴이 있는 것 같다고... 블라인드 좀 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웁스. 쏘리. 오케이.
역시 슈퍼호스트의 품격
간단한 간식? 아침거리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메이플맛 퀘이커 오트밀은 한국에선 안 파는 것 같아서 일단 한 개 먹어봤더니 너무 맛있었다. 그를 위해 준비되어 있던 나머지 하나도 집에 잘 가져왔다. 이건 너무 맛있다고 감탄하면서 캐나다 코스트코에서 엄청 쟁여왔는데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다. 기념품으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만 했고.
맛이라는 게 추억과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오니 평소 먹던 습관대로 돌아왔겠다,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넘치겠다. 굳이 새로운 식생활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다음에는 그러니까 뭐든 너무 많이 쟁여오지 말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 더 감상하고 와이너리 구경을 하러 조금 일찍 나섰다. 조디와 대럴에게 초인종을 눌러 인사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우리가 스페셜한 게스트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 자고 있거나 무언가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에어비앤비 어플로 조용히 인사를 하고 이곳을 떠났다.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리고 늦게 가서 장소를 많이 활용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오랜 운전 끝에 느꼈던 그 해방감과 아늑함,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렇게 한 사람은 극찬을 하며 행복해했던 이 하루의 시간이 알고 보니 그에게는 사뭇 다른 시간이었음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원체 에어비앤비 숙소보다 호텔 숙소를 좋아해서 호텔에 가고 싶었지만 내가 이곳을 보여주며 너무 가고 싶어 해서 아무 말 안 하고 따라왔던 그. 이곳이 깎아지른 지형에 지은 곳이라 우리 숙소가 사실상 지하 느낌이라 그런지 땅에서 추운 기운이 나와 매우 추웠고(나도 느낌), 잘 때 윗집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움직이는 것이 잘 들려서 밤을 설쳤다 했다. (나한텐 외국말 블라블라겠지만 그에게는 아니었겠지)
나만 너무 즐거운 경험을 해서 미안하지만 같이 와 줘서 정말 고마워~!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나도 바깥은 좋은데 숙소 자체는 좀 추웠던 것 같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