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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RY Oct 13. 2024

래리킴의 일상견적 #018

킥보드를 잘 가르치려면


딸아이에게 킥보드를 가르치는 중이다. 주말이 되면 30분이라도 알려주기 위해 짚 앞 놀이터로 나간다 형제가 없이 혼자 크는 아이라 그런지 겁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킥보드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 같아 알려주기 위해서 시작한 지 2~3주 정도가 지났다.


처음에는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그랬더니 두 손은 손잡이에, 그리고 두 발은 킥보드에 모두 살포시 올려놓는다. 뒤에서 등으로 밀어주니 올라가 있으면서 두 발로 킥보드를 타는 게 재밌는지 그 자세로만 타기 시작했다.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그 나름대로 본인이 따라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알려줘도 개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방법으로 알려주기로 했다. 한 다리를 올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오른 다리를 발로 쭉 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을 구분동작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저번과 같이 두 손은 손잡이에 그리고 오른 다리는 공중에서 허우적거린다. 무엇이 잘못일까. 나는 그래도 몸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중고등학교 실기평가를 하는데도 과외를 한다는데 나는 별도로 그런 것 없이도 농구, 축구, 배구 다 잘했던 것 같은데.


다음으로는 옆에서 같은 또래 아이들이 타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많이 노출시켜 주었다. 혹시나 형제가 없어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런가 싶어 생각해 낸 나만의 해결방안이었다. 하지만 관심은 전혀 없고, 처음으로 했던 방식대로 두 손과 발을 킥보드에 올려두고 “아빠, 밀어주세요”라고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다 오늘 처음 “덜덜 덜덜 “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이냐면, 두 손은 올려두고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오른쪽 신발 끝으로 땅을 질질 끌면서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덜덜 덜덜하지 마세요 “라고 말을 하였더니, 그 단어가 또 재밌었는지 한 동안 숨도 못 쉬면서 낄낄거리고 침도 흘리면서 “덜덜 덜덜”을 계속 반복한다. 그러다가 “덜덜 덜덜”이 끝나고 나서 멈춤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려고 보니, 말을 한 발짝 딛고 앞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킥보드를 “제대로”탄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딸내미를 둘러업고 칭찬을 마구 퍼부어주었다. 딸내미는 그 순간이 얼떨떨했는지 다시 ”덜덜 덜덜 “하는 모양으로 돌아갔다.


킥보드를 타는 방법을 계속 알려주고, 앞으로는 자전거를 타는 법,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는 사회생활을 하는 법까지 천천히 알려줄 때가 올 것이다. 오늘 킥보드를 처음 알려주는 아빠의 서툰 방식대로 방법을 알려주는데 시행착오도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놓치지 말해할 것은 해결이 되지 않을 때에는 같은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되고,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알아가야 하며 지금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대화를 통해서 더 깊은 공감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킥보드에서 무슨 벌써 딸내미 사회생활하는 것까지 비약하여 생각하느냐고 핀잔을 줄 수 있겠지만, 오늘 저녁 딸을 재우면서 생각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꼭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브런치를 다시 열게 되었다.


오늘의 한 마디,

킥보드를 잘 타려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잘~가르쳐주면 된다.


래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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