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多)경력자의 합격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서류나 면접을 가면서 항상 놀라는 게 정말 어마어마한 분들이 막내직급에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타공공기관의 정규직 막내직급은 연봉이 2천 후반부터 3천 중반 수준이다. 기관에 따라서는 경력산정을 해주는 곳도 있고, 경력산정 없이 고정연봉이 지급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 10년 이상 경력자들이 많이 지원을 한다.
그렇다면 많은 경력이 신입채용에 도움이 될까? 물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케바케(case by case)’이다. 기관의 사정에 달렸다는 뜻이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다(多)경력자를 고려할 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① 기관의 문화, ② 조직구성원인 것 같다.
① 기관의 문화
- 공공기관이 군대식·수직적 문화이고 보수적인 문화라면 다(多)경력자에 대해 더 개방적인 것 같다. 주로 오래된 공기업쪽에서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다(多)경력자가 입사한 경우에도 확립된 루틴에 의해 업무가 수행되기 때문에 개인이 튈 가능성이 적고, 군대식 문화로 인해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적은 상급자가 신입직원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평적 조직문화이고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은 조직에서는 다(多)경력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일을 처리하면서 부딪힐 가능성이 어느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평적이기 때문에 그런 신입직원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② 조직구성원
- 경력 10년의 신입직원이 발령받게 될 팀구성원들의 경력이 5~6년일 경우, 팀장의 경력이 10년일 경우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신입직원은 그 팀의 막내역할이다. 동료들이 시킬 업무가 많다. 본인의 업무 외에 팀의 서무업무나 기초적인 업무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근데 막내가 본인들보다 경력이나 나이가 많은데 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팀장 역시 업무를 지시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지적하기가 불편할 것이다.
본인의 경험담을 말해주겠다.
10년전에 막내직급으로 경력 7년의 경력자(팀장 경력 포함)가 최종합격을 해서 입사했다. 다행히 그 당시 팀장은 20년 경력자였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팀원들은 1명 빼고 2~3년의 새파란 어린 직원들이었다. 오자마자 부팀장처럼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경력 많은 선임팀원의 지시 및 지적에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다른 팀과도 시비가 많이 붙었다. ‘자기가 여기서도 팀장인 줄 아냐’는 소리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1년뒤 팀이 신설되면서 선임팀원은 팀장이 됐고, 해당자는 그 밑의 팀원으로 발령이 났다. 역시나 우려하는 일이 벌어졌다. 팀장의 권위를 넘보고 다른 팀원이랑은 부딪혔다. 이런 일을 겪은 이후부터 기관에서는 다(多)경력자를 꺼리게 됐다.
그렇다고 다(多)경력자가를 무조건 꺼리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관별로 상관없는 곳들이 있다. 다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해당 사항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多)경력자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① 공기업 위주, 설립이 오래된 기관 위주로 지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기관의 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체계가 잘 잡혀있고 보수적 문화라면 다(多)경력자를 환영할 것이다. 적응만 잘한다면 일을 쉽게 배우고, 업무 수행능력이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② 기관에서 낮은직급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는 어필을 잘해야 한다. 사실 서류전형에서는 어필이 많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자소서에는 적을 수 있지만, 서류전형 제일 첫 번째 페이지에 많은 경력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多)경력자를 부담스러워한다면 바로 다음 사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전형에서의 합격자는 일정 배수 이상으로 뽑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자소서에 잘 기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실상 면접에서의 어필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할까? 첫 번째는 경력상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업무수행경험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성’을 어필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를 처리한 경험, 어떤 갈등을 처리한 경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행한 경험, 정부부처·국회·국민을 상대로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 등은 정말 보석같은 경험이다. 이런 것을 어필함으로서 빠른 업무 적응 및 수행, 문제상황 대면 시 해결방안, 현재 기관이 직면해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까지 제시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이런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조직에 융화되겠다는 태도를 어필해야 할 것이다. 비록 나이도 많고 경력이 많지만 막내 직급으로서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고 낮은 자세로 직원들을 대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어필이 필수적이다.
가끔 야망을 드러내는 지원자도 있다. ‘막내직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3~4년 내에 업무능력을 인정받아서 빠른 시일 내에 팀장을 달아 기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라는 지원자가 있었다.
역할을 충실히 하겠고, 업무성과도 내겠다고 했고, 향후 계획까지 드러내었다. 답변 흐름 자체는 좋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팀장을 달겠다.’는 저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조직문화를 해칠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당사자보다 먼저 들어와서도 짬에 밀려서, 자리가 부족해서 보직을 못다는 직원도 있을 거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직원도 있을 것인데 그런 것 상관없이 본인의 목표만 중요해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저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달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심사위원도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도박성 발언이었고, 심사위원으로하여금 부정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③ 지원이유를 잘 만들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다(多)경력자는 사기업 경력자인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오래 재직한 사람이 정규직에 지원하는 경우는 고용형태의 상향이나, 난이도·중요도·책임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싶은 것을 지원이유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기업 다(多)경력자는 대부분 고용안정성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저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면접관도 예상했던 답변일 뿐이다. 대부분의 답변은 ‘고용안정성+공익’이다. 여기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추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기업 다(多)경력자 면접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기업에서 일하는 방식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을텐데 잘 적응할 수 있겠냐?
- 사기업과 공공기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공공기관의 연봉이 기존에 받던 연봉보다 많이 낮을 텐데 다닐 수 있겠나?
- 본인보다 낮은 연령의 직원이 상급자일 때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는가?
-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에 잘못되지 않았음에도 외부(언론 등)에서 지적을 받았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 여기서 일하다가 다른 기관에서 좋은 공고가 떴을 경우, 지원하겠는가?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이 전제가 된 질문들이다. 연봉도 낮고, 경력은 과다하고, 사기업만 다녔고, 적응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잘 할 수 있겠냐는 의미이다. 때문에 그러한 시각들을 날려보낼 수 있도록 답변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 기관별로 상황, 역사, 사건 등에 영향을 받아 기조가 다를 있으며, 입사 후 개인 성향, 조직구성원들 등에 따라서 적응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