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면 막연하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기업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업무강도, 정년보장, 공공기관으로서의 자부심?
① 사기업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업무강도?
이건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만, 업무량으로 봤을 때는 부서 by 부서다. 경영지원 쪽은 아직도 새벽까지 일을 한다. 물론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작은 공공기관의 경영은 중소기업과도 같아서 업무구분도 명확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 일이 따라다닌다.
큰 기관은 큰 기관 나름대로 정책적인 이슈가 많아서 야근을 한다. 원주로 내려간 심평원과 공단건물을 보고 등대라고 불리는 것은 흔한 공공기관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역시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결혼식 당일날도 새벽 4시에 퇴근을 했다. 너무 바빠서 친구들에게 청첩장도 다 못 돌렸고, 밥도 다 못 먹었다. 신혼여행가서도 기재부의 전화를 받았다.(물론 기재부야 내가 신혼여행중인지 몰랐겠지..) 가장 연장근로를 많이 한 해는 2016년이었다. 500시간을 넘게 초과근로를 했었다.
거기다가 규제도 많다. 마음대로 몰 하려고해도 행동강령, 청탁금지법, 감사 등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기관이 복지혜택이라도 늘려주고 싶어도 ‘방만경영정상화 정책’ 때문에 합리적인 복리후생도 주지 못한다.
공공기관이 편할것이라고 생각해서 왔다가, 실망하고 퇴사하는 직원들도 꽤 된다.
이제 총선이 다가오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역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주거에 대한 걱정까지 생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다니고 있지만,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공공기관을 지원하려는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지원하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② 철밥통
맞는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철밥통’ 하나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감한다. 대신 다른 폭탄들도 철밥통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모두 이해하고 있을테니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
다른 사람도 철밥통이라는 이야기는 기관이 정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기업이라면 짤리는 것을 포함해 이직이 활발하고, 창업도 활발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인력 유출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내 위에 쌓여있는 저 인간들이 안나간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승진적체, 그리고 보수적인 조직이 된다는 의미이다.
승진적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내 친구들은 과장, 부장을 달아서 연봉이 8천만원을 하는데 나는 아직 승진을 못해서 4, 5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이 팀원들을 부리고 있을 때 나는 꼰대같은 팀장 밑에서 일을해야 한다.(물론 좋은 팀장도 많다) 입사 당시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연차가 어느 정도 차면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공공기관에서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기만 한 기성세대들이 계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하지만 이건 공공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적응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③ 공공기관으로서의 자부심? 있어보이는 효과?
물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에 관여한다라는 자부심, 지인들보다 정책에 대해 먼저 진행상황을 안다는 것에 대한 우월감, 뉴스에 장·차관이 나왔을 때 얘기할 에피소드가 있다는 기분좋음, 집에 걸려있는 장관표창 등 자랑거리...
실제 공공기관에서 십몇년을 일하다보니 국회의원들도 알고, 기관을 담당했던 과장님이 장·차관님도 되시고, 기관에서 하는 업무가 9시 뉴스에도 나오고하면 뿌듯하기도 하고, 남들보다 할 얘기가 더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부심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특별히 사명감이 특출나거나,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다 똑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은 그냥 직장의 한 형태일 뿐이지, 사기업에 비해 급여는 적으면서 각종 제한을 받는 직장일 뿐이라는 인식들이 많다.
공공기관에 지원하려는 지원자들은 내가 정말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고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