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초 Aug 21. 2019

간장이 말해주는 날

20190621

그저께 아침 8시에 곰팡이를 걷어내고 오늘 낮 3시경에 뚜껑을 열어보니 그새 얇은 막이 생겼다. 끓였다 식힌 사골국물의 기름층 같다.


처음 거름망으로 걷어낼 땐 실타래처럼 곰팡이들이 뭉쳐지는데, 어느 정도 걷어내고 나면 입자가 작아져서인지 더 이상 걸러지지 않는다.


이 과정을 초가을 무렵까지 계속해야 하다니 우리 엄마 세대 분들은 인내력이 갑인 분들 같다. 먹을 사람들을 여름 내내 이렇게 훈련을 시키다니, 제대로 된 간장을 쉽게, 빨리 먹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기다리고 정성을 들이라는 간장의 메시지 같다. 


간장이 익어가는 동안 사람인 나는 기다림을 배운다.^^


*위 사진: 55시간 만에 생긴 곰팡이 막

걷어내면 가느다란 실타래처럼 뭉쳐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시작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