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이유
어느 날엔가, 내 마음에 그리움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누굴 향한 그리움일까.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었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데, 그게 누군지 몰랐다.
한참 후에야 누굴 기다리는지 알게 됐다.
나의 단단한 마음의 껍질을 깨줄,
상처 난 나를 안고 울어줄 한 사람을 그리워했다.
상처 난 나를 보여줘도 날 초라하게 만들지 않을 사람.
밤새 울어도 곁에 있어줄 사람.
아직 만나 본 적 없는 그이를 그리워했다.
그이가 그리울 때마다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퉁퉁 부은 눈은 외로움의 증거였다.
외로울 때마다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슬픔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데,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하며 사는 걸까.
왜 슬픔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마음을 조정하는 자격증 같은 건 애초에 없는 걸까.
그리고 다시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내 마음의 그리움은 그이가 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이들을 곁에 두지 않은 나의 것이란 걸.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깜깜한 방이 서럽던 날
나는 내 곁에서 함께 울어줄 이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적어봤다.
슬픔이 희미해질 때까지 그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으로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날,
벤치에 앉아 친구의 어깨에 기대 한참을 울었던 날이 있다.
그 친구의 품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같았다.
울음이 멎고, 우린 사진을 찍으러 갔다.
퉁퉁 부은 눈으로 환하게 웃던 내 얼굴이 필름에 담겼다.
하얀 모래펄 같은 웃음이었다.
당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건
어쩌면 당신 탓인지도 모른다.
자존심이란 견고한 갑옷을 벗지 못해서,
여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초라한 인생을 소개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당신 곁에 빛들을 밀어내고 밀어냈을지 모른다.
오늘도 좀처럼 슬픔에 익숙해지지 않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내본다.
내 슬픔과 당신의 슬픔이 만나는 축제를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