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소개할 책은?
내일은 어린이날이고 다음 주 월요일은 어버이날, 바야흐로 5월은 가정의 달인데요. 가정의 달에 잘 어울리는 책 한 권 소개해 드립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라는 책인데요. 가정을 이룬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가정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온기와 함께 늘 우리 뒤에서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가족의 보살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단짠단짠’ 만화 에세이입니다. 분명 이번 달이 지나면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달을 기념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작심삼일은 가더라고요.
2. ‘단짠단짠’ 만화 에세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이 책에는 이슬아 작가와 작가의 엄마 복희, 아빠 웅이가 등장합니다. 엄마 아빠의 유년기부터 두 분이 일터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슬아를 낳고 키워내 슬아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의 일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눈물짓게 담겨 있는데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작가의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 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
3.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나는 눈물샘의 어딘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한참을 엄마가 울 때마다 나도 울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19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1990년대생 여자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한데요. 그런 모녀의 눈물 나는 우정을 그린 제목이기도 할 것입니다.
4. 이 책에서 표현되는 어머니와 딸의 사랑은 어떤 면에서 특별한가요?
먼저, 엄마 복희는 우리가 천편일률적으로 머릿속에서 그리는 ‘어머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 슬아에게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고 누드모델 일을 하겠다는 딸을 말리지 않고 응원하는 등 흡사 시트콤에서나 볼 법한 매우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요. 그리고 이런 면들이 오히려 복희와 딸 슬아 사이의 관계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어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어머니와 딸 사이의 사랑은 서로의 단점이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그들의 관계가 더욱 강하게 이어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여성의 삶과 가족 관계에 대해 어떤 다양한 생각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우선,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그려지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의 중요성과 갈등 해결 방법 등이 다루어집니다. 또한,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삶의 이해, 자기실현에 대한 고민 등도 다루고 있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엄마들은 왜 이다지도 비슷한 역사를 지닌 것인지 모르겠는데요.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1960년대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락에 올라가 웁니다. 그리고 3일 뒤 부은 눈으로 양푼비빔밥을 한가득 비벼 먹고 돈벌이 전선에 나서게 되지요.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합니다. 이 사회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고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여성에게 허락하는 돈벌이의 영역이란 비좁고 험했기 때문인데요.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이렇듯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복희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게 됩니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 아빠 웅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내요. 우리 곁에 있는 엄마, 아빠, 누나, 형제, 자식에 대한 이야기라 청취자 여러분들 마음의 온도를 한층 높여줄 겁니다. 다음 목요일까지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5월 4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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