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May 02. 2024

단짠단짠 만화 에세이

어버이날이에요. 어버이에 대한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는 날이지요. 이 책은 이런 날 읽기에 참 좋아요. 늘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계신 부모님의 보살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만화 에세이거든요. 분명 오늘이 지나면 평소처럼 일상의 무게에 지쳐 부모님의 은혜를 미처 헤아리기 힘들 거예요. 그러니 오늘만큼은 어버이날을 기념해 우리가 가정에서 주고받는 온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요.  


이 책에는 이슬아 작가와 작가의 엄마 복희, 아빠 웅이가 등장합니다. 복희와 웅이가 어떤 부모님 밑에서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부터 두 분이 일터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딸 슬아를 낳고 키워내기까지의 일이 유쾌하게 그려져 있어요. 연필로 슥슥 그린 듯 귀여운 작가의 그림체와 만화가 끝나면 나오는 에세이가 만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정서적 울림이 커요. 그래서 깔깔거리며 책장을 넘기다가도 가끔씩은 눈물짓게 만드는 순간들도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이 독특한데요. 작가는 엄마와 눈물샘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해요.“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울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나는 눈물샘의 어딘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한참을 엄마가 울 때마다 나도 울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책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19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1990년대생 여자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한데요. 그런 모녀의 눈물 나는 우정을 그린 제목이기도 할 거예요.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슬아 지음 l 출판사 문학동네 l 가격 1만3800원


작가 역시 이 책이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해요.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 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이 책에서 표현되는 어머니와 딸의 사랑은 특별해요. 엄마 복희는 우리가 천편일률적으로 머릿속에서 그리는 ‘어머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요. 흡사 시트콤에서나 볼 법한 매우 개성적인 캐릭터로 딸 슬아에게 늘 직설적으로 말하곤 하지요. 복희의 이런 면이 오히려 복희와 슬아 사이의 관계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들어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으로 이어져요. 이 책에서 그려지는 어머니와 딸 사이의 사랑은 서로의 단점이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그들의 관계가 더욱 강하게 이어짐을 보여주고 있어요.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 아빠 웅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청소년기를 보내요. 이 책을 통해 가정을 이룬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헤아릴 수 있어요. 우리 곁에 있는 부모님, 남매, 자식에 관한 이야기라 마음의 온도 역시 한층 높아질 거예요. 어버이날을 맞아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면 참 좋겠어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5월 8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5/08/2023050800050.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한 우물 파지 않고 여러 우물 파는 도파민 학습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