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박주훈 대표님께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선물해주셨다. 남편이랑 사이좋게 나눠 먹으려는데 금액이 상당해서 뭘 시켜야 할지 고민됐다. 요즘 스타벅스는 기프티콘 금액보다 주문하는 금액이 적으면 아예 주문이 되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디저트류를 시켜 먹었을 텐데 배가 불러 고민이었다. 결국 남편과 바나나 하나를 더 사기로 합의하고 주문을 하러 갔는데, 그 사이 바나나는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사라져버렸고 나는 음료 둘만 주문하고 있었다. 당연히 금액이 안 맞았고 직원은 사이즈 업을 권유했다. 이천햅쌀라떼에 샷을 추가하겠다고 했더니 햅쌀라떼 재료가 소진되어 더 이상 주문이 안 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티바나 신메뉴 체스트넛 블랙티 라떼를 무려 벤티 사이즈로 주문하고 카페모카를 그란데 사이즈로 주문했다. 자리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우리 계산이 잘못됐다고 하니 남편이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했냐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잊고 있던 천오백 원 짜리 바나나가 생각났다. 멘붕에 휩싸여 있는데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분명히 마시고 간다고 했는데 일회용컵에 나온 걸 보니 또 한번 정신은 육체를 이탈했다. 환경보호에 민감한 남편은 머그컵으로 바꿔달라 정중히 부탁했는데 스벅 직원답지 않게 그 직원 분은 남편을 흘깃 쳐다보곤 다른 사람의 커피를 계속 담을 뿐이었고, 드디어 또는 하릴없이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 한번 정중하게 머그컵에 담아달라 부탁했다. 웬만하면 그냥 마실 텐데 매장에선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어쩔 수 없이 매장에서 마셔야 한다면 시간 제한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실제로 스타벅스에서 5분 이상 머물렀다 쫓겨난 적도 있다 ㅠㅠ)
아무튼 한바탕 소동 끝에 우리는 각자의 커피를 앞에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직원의 태도에 기분이 안 좋았던 남편은 아이스 카페 모카를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켰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는 전혀 기대가 없었던 체스트넛 블랙티 라떼의 ‘맛있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단 체스트넛 딸기 토핑이 신선했고 커피는 진한데 밤 소스는 달콤하고 고소해서, 그야말로 풍미가 있었다. 이슬아 수필집을 읽으며 커피를 맛있게 마신 뒤 남편은 김수영의 시처럼 “조그마한 일에” “분개”한 자기 자신을 반성했고, 나는 벤티 사이즈의 어마어마하고 맛난 커피를 마신 뒤에 찾아올 불면을 걱정했다(진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신 밤에는 종종 혹독한 불면에 시달리곤 한다). 이날 밤은 정말 잠이 오지 않았고 나는 아침 6시 무렵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출근하려면 7시엔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게 함정이었고 한 시간 눈을 붙인 내 눈앞에 어느새 화요일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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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