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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랑 Feb 07. 2022

99%가 유산된다고요?

산모 나이가 출산 당시 만 35세 이상이면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가 된다. 

검사할 것도 많아지고 병원에서 대우해주는 것도 달라지는 기분이고. 

이전에 포스팅했던 "왜 35세인가?"에서도 언급했듯이 만 35세를 기점으로 태아의 염색체 질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위험 산모~ 고위험 산모~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 나이가 만 35세를 넘는다고 해서 모든 염색체 질환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질문의 의도에서 예상했듯이 답은 NO


엄마 나이와 상관없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이다. 


터너증후군의 핵심을 정리해보면,

45,X - 성염색체가 X 하나만 있다. 남성을 남성으로 만들어주는 Y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터너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다. 간혹 모자이시즘을 가지고 계신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질 수 있으니, 모자이시즘 얘기는 다음번에 몰아서 하기로!

    (인간의 기본 염색체는 총 46개로, 여성은 46,XX, 남성은 46,XY로 표기한다.)

1:2000-1:2500 - 약 2000-2500명 당 한 명 정도 발생한다. 

증상 - 작은 키, 넓은 목, 갑상선 기능 장애, 특이한 귀 생김새, 에스트로겐 결핍, 불임, 선천성 심장기형 등이 있다. 지적 장애는 없지만, 비언어적인 표현에 있어서 어려움을 보인다. 

선천성 기형이 있는 경우 그에 맞는 수술이나 치료를 하고, 성장호르몬 치료, 여성호르몬 치료, 심리 치료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터너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태아는 99%가 유산 혹은 사산된다. 


"터너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태아는 99%가 유산 혹은 사산된다."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하면서 제일 놀랐던 사실이다. 

터너증후군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봐온 터너증후군이 있는 환자들은 확률을 뚫고 태어난 1%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그런 감정이 아니라, 조금은 더 철학적인 그런 느낌이랄까. 창조주의 실수인가 관대함인가? 인간의 위대함인가? 세포들의 반란의 결과물인가? 


이유가 어떻든 간에, 그 많은 확률을 뚫고 태어난 생명이라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물론, 지금 사회는 "다름"을 가지고 태어나면 살기 힘든 사회이다 보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임신을 유지하기도 하고 종결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 것 같다. 


산부인과에서 유전상담사로 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what would you do in my situation?"이었다. 당신이 내 상황이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답하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대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질문이 힘든 이유는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99%의 확률을 뚫고 태어난다면 그만큼 세상에 태어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아이는 아닐까 싶다가도, 요즘에는 유전질환이나 장애가 없어도 조금만 다른 면을 보이면 왕따 당하기 일수인 세상인데, 세상에서 소수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어렵다. 




미국에서 2월은 터너증후군 awareness month이다. 터너증후군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의미를 가진 달인데, 터너증후군 관련 단체들에서 함께 걸으며 질환에 대해 알리기도 하고, 환자와 가족들은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운영하게 된다. 유전질환들에 대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있는 것이 참 좋다 :) 


우리나라에는 한국터너협회(http://www.tssk.kr/)가 있다.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터너증후군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꼭 들어가 보시길!



어떻게 벌써 2월이지 싶은 날

새로운 식탁 겸 책상에서,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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