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일기.
2021년 12월 31일 밤 11:50분.
10분 남은 새해.
남편과 10분만 기다렸다 새해맞이하고 잘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밤 11:59분. 둘째가 울기 시작했다.
아놔...
달래러 올라가서 같이 누웠는데,
어디선가 폭죽 소리가 들렸다.
난 한동안 이게 웬 폭죽 소리지?라고 생각하며 새해가 되었다는 것조차 잊었다.
분명히 10분 전에는 새해맞이 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10분이 지난 후엔 이게 새해인지, 평범한 날 중에 하나인지 잊게 되는... 더 이상은 설레지 않은 그런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미크론 변이로 미국 COVID-19 케이스가 하루 확진 100만 명이 넘는 연말 연초를 보냈다.
뉴저지 우리 동네는 미국의 다른 지역들보다는 다행히도 확진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연말 연초를 지내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모임이 많았을 것이기에, 조심 또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렇게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독한 감기에 걸려 버렸다.
아이들과 바람도 쐴 겸, 날씨 따뜻한 날 겉옷 없이 걸어서 30분 거리의 스타벅스까지 다녀왔는데, 좀 무리를 한 모양이다. 그날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목소리 실종, 기침, 재채기, 미열 콤보가 닥쳐왔다. 내가 아프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우리 첫째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은 둘째도 아프기 시작했다.
혹시나 몰라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집에서 매일 검사를 해봤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그래도 PCR 검사가 더 정확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검사도 두 번 받았다. 오미크론 변이 같은 경우에는 코보다는 목 검사를 해야 더 정확하게 나온다고 하는데, 미국은 항상 코 검사만 한다. 그래서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서 목 검사도 혼자 해봤다. 다 음성이 나와서 확실히 COVID-19가 아니구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냄새도 잘 못 맡고, 뭘 먹어도 아무 맛도 안 나는 것을 보니, 검사가 놓친 COVID-19이 아닐까... 생각했다. 남편은 도대체 몇 번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아닌 것을 믿겠냐며 ㅎㅎㅎ 그리고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면 진짜 억울한 거다. 정말 아무 데도 안 가고 집에만 있는데. 심지어 첫째 학교도 안 보내고 있는데. 너무너무 억울한 거다.
COVID-19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 걸리는 경우 COVID-19에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진다고 한다. 이번에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제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여라 싶었다. 그럼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하는 두 아이들도 어느 정도 항체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둘째 같은 경우는 아직 모유수유를 하는 중이라 부스터 샷까지 맞은 나로부터 어느 정도 항체를 받고 있지만, 첫째는 아무런 보호도 못 받고 있기에... 첫째 시리얼에 가끔 내 모유를 몰래 섞어 먹이기는 하는데, 이게 과연 얼마나 오래 효과가 있을까 싶어 열심히는 안 하고 있는데, 둘째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은 다시 해볼까 싶기도 하고...
아이들 같은 경우는 38-39도 되는 열이 5일 동안 났는데, 이렇게 독한 감기는 처음이라 연초부터 너무 고생을 했어서 COVID-19과 감기 얘기만 너무 길게 썼네.
어쨌든.
이렇게 고생만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니 이게 새해인지 아닌지 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가르치던 학생들 학기가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오랜만에 드라마, 쇼 프로그램, 넷플릭스 등 원 없이 보고 나니 원래 이렇게 시간이 많은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바쁠 때는 진짜 자는 시간까지 쪼개서 생활했는데, 그 생활을 탁 놓고 나니 조금 많이 풀어진 느낌이다. 가끔은 이렇게 풀어지는 것도 좋지만,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다음 학기 준비도 하고, 책도 써야 하고, 사업도 운영해야 하고. 이렇게 쓰고 보면 정신없이 바쁠 것 같은데, 내 생활은 신기하리만치 평온하다.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기라도 해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어봤다.
올해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브런치를 채워볼까 고민이 많이 된다. 작년 브런치 작가 카드를 받아보니, 난 "임신 전문"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임신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써서 그랬던 것 같다. 올해는 "임신 전문" 작가인만큼, 임신과 유전학에 대한 내용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써보려 한다. 또한, 다양한 유전학 얘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조금은 더 쉽게 유전학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편씩은 꼭 써야지!!라고 다짐해보며, 2022년 나의 첫 일기 끝!
작심삼일도 계속하면 뭔가 이뤄낸다는 말을 마음판에 새기며,
2022년 1월 중순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