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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대학교병원 Nov 15. 2022

질병을 돌보며 함께 하려면

박흥우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은 “완치할 수 있을까요?”다. 알레르기 질환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지속되는 만성질환이지만, 증상의 변화가 너무 드라마틱한 탓에 ‘완치’가 가능하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당뇨나 고혈압에 대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냐고 묻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완치 가능 여부를 묻는 이들에게 나는 “완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되묻는다. 각자가 생각하는 ‘완치’의 기준을 확인하고 맞추어야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레르기 질환에서 완치란 무엇일까? 만약 ‘치료가 필요 없는, 몸에서 질환이 완전히 없어지는 상태’를 기대한다면 알레르기 질환의 완치는 불가능하다. 집먼지 진드기가 없는 달나라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대신 평생 약을 복용하더라도 증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거나 사용해도 비교적 유해 반응이 적다면 완치에 가까운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오랫동안 저를 만나며 치료 받으셔야 합니다”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을 할 수밖에 없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은 체념과 희망이 공존하는 얼굴로 치료에 대한 각오를 다지곤 한다.


치료 목표를 일치시킨 후에는 질환의 자연 경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알레르기 질환에 따른 증상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나빠짐과 좋아짐을 반복합니다. 이 때마다 치료 단계를 올리거나 내리게 되는데, 복용하는 약이 많아진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증상 악화를 유발한 환경 영향이 없어지면 대부분 이전 치료 단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알레르기 질환에 좋지 않은 환경을 피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


때로는 좋지 않은 환경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토로하는 환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피할 수 없다면 싸워 이겨야죠. 약을 열심히 복용하면 주변 자극을 견디는 힘이 강해집니다. 오래 복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약이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알레르기 질환과 함께 살며 내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답한다.


실제로도 알레르기 질환을 꾸준히 조절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삶의 질을 최고로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주변 경치를 살피며 훨씬 편한 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필요 시에만 짧게 치료를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앞서 언급한 ‘치료가 필요 없는, 몸에서 질환이 완전히 없어지는 상태’를 바라는 환자들은 이 글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의미의 완치를 가능케 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는 몸의 면역 체계를 바꾸어 끝내는 약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면역 치료는 물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흥우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알레르기 질환을 잘 돌보며 치료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는 알레르기내과 전문의. ‘생체활력징후 즉 바이탈(Vital)을 책임지는 과’인 탓에 내과 의사는 죽음을 자주 경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끝으로 가는 길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 알레르기내과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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