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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대학교병원 Nov 28. 2022

좋은 일의 연쇄반응, 그 시작을 여는 사람

writer. 임선아  photo. 황필주(Studio79)


배정철 어도(漁島) 배정철 대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일식집 ‘배정철 어도(漁島, 이하 어도)’를 운영하는 배정철 대표는 한결 같은 사람이다. 개업 이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를 지켰고, 서울대학교병원 기부 역시 23년째에 접어들어 올해로 누적 20억 1천 5백만 원을 달성했다. 이렇듯 한결 같은 성실함에 힘입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성공하게 된 것이냐고 묻자 배정철 대표는 다른 생각을 펼쳐놓았다.


“제 힘만으로는 이만큼 무탈하게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일본 방사능 유출로 수산물 소비가 줄었을 때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다른 음식점과 달리 어도는 큰 타격 없이 매출을 유지했거든요.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자신이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더라도, 꾸준히 찾는 손님이나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수많은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어도도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껏 이뤄온 것들이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겸손함은 배정철 대표의 기나긴 기부 여정의 원동력이 됐다.


그중 서울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굴기형 어린이 치료의 대부인 김석화 교수(현 함춘후원회장)에게 “돈이 없어서 평생 안면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배정철 대표는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6남매를 홀로 키우면서도 기꺼이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덕분이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낸 음식 값에서 1, 2천 원씩 떼어 기부를 했지만 규모는 점차 늘어났고, 마침내 더 많이 기부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직원들은 쉬어도 배정철 대표는 365일 가게를 지키는 식이었다. 12살에 상경해 부도 직전의 일식집을 인수하고 궤도에 올리기까지 겪었을 고생을 짐작하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하지만 배정철 대표는 이미 10여 년 전, “땀과 정성이 들어간 돈을 기부할 때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 믿음 그대로 배정철 대표는 지난 23년 동안 서울대학교병원에만 총 20억 1천 5백만 원을 후원했다. 그의 세 자녀 역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따로 후원하는 등 기부에 동참해왔다.


“제 아이들도 계속해서 기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빠인 제 뜻에 영향을 받아서 기부를 시작했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느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누군가를 도왔을 때 얻을 수 있는 희열을 제 아이들도 경험했으면 합니다.”


배정철 대표가 말하는 희열은 ‘기쁘고 즐거운’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를 도우며 누렸던 희열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인생을 일군 경험을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그는 앞으로 20년 동안은 부침없이 일할 수 있도록 건강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시작한 기부가 가업처럼 이어지는 것은 물론 후원했던 아이들이 좋은 일을 낳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정철 대표의 후원은 아픈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 아이, 후원금의 절반을 편모 외국인 가정을 돕는 데 쓴 아이 등 좋은 일의 연쇄반응으로 이어져왔다. 지난 시간 배정철 대표의 후원으로 무사히 치료를 받은 저소득층 환자만 해도 627명이니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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