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이 한국 의료사의 발전을 이끄는 동안,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이 소장품 도록을 발간한 이유다. 그중 치료용 의료기기와 진료과별 의료기기를 선별해 실으며, 최적의 치료를 향한 길을 밝힌 근대 한국 의료기기 발전상을 짚어보았다.
sources.『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소장품 도록 – 의료기기 편』
야전용 수술등
Operating Surgical Light for Field / 野戰用 手術燈
세로 47.5cm 가로 47.5 cm 높이 192cm
전쟁 시 야전(野戰)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수술용 조명장치다. 미국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Wilmot Castle사가 1940년대에 생산했다. 램프의 목 부분은 5개로 분리되어 램프와 함께 하단 상자에 수납된다. 함께 수납되는 6~8V 전압의 건전지 또는 110~220V 전원에 연결하여 사용했다.
에테르 마취 기구
Ether Anesthetic Instruments / 痲醉 器具
세로 24.5cm 가로 42.0cm 높이 26.0cm
마취 기구가 단순한 흡입 기구가 아닌, 밸브를 통해 알맞은 속도와 농도로 조절하여 가스를 주입할 수 있는 장치로 진화한 것은 20세기 초 베르농 하르코트(Vernon-Harcourt, 1834~1919)에 의해서다.
1차 세계대전 후에는 유량계(流量計)와 기화기(氣化器)를 갖춘 보일식 기구(Boyle’s Machine)로 진화하였다. 위 소장품도 보일식 기구의 일종으로 보이며, 에테르병과 아네로이드 기압계, 질소와 산소가 혼합된 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두기계
Smallpox Vaccination Needle Set / 種痘器械
케이스 : 세로 8cm 가로 12cm 높이 3cm / 종두침 길이 : 9.5cm
천연두 예방을 위한 종두 시술에 쓰이는 도구로, 종두침과 종두액, 두장판 등이 한 세트로 구성된다. 두장판에 종두액을 떨어뜨리고 두장판 위의 종두액을 종두침에 묻힌 다음 종두침으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종두액을 묻히는 방법으로 접종하였다. 이 소장품은 우리나라 종두법 보급에 앞장섰던 지석영(池錫永, 1855 ~1935) 집안에서 소장했던 것이다.
유리주사기
Syringe / 琉璃注射器
a : 길이 16cm 지름 1.6cm / b : 길이 14.5cm 지름 3cm
주사기는 약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의료기기로, 지금과 같은 모양의 주사기는 19세기 중반에 개발되었다. 속이 빈 바늘은 1844년 아일랜드 의사 프랜시스 랜드(Francis Rynd, 1801~1861)가 고안했고, 피하주사기는 스코틀랜드 의사 우드(Alexander Wood, 1817~1884)와 프랑스 의사 프라바츠(Charles Pravaz, 1791~1853)가 발명했다. 피하주사기는 피부를 절개하여 약물을 주입했던 이전의 방법에 비해 보다 안전하고 빠른 효과를 나타내 처음에는 마취약의 투여와 수혈 등에 사용되었다.
a와 b는 유리로 만든 주사기로, 감염의 우려가 있어 한 번 사용한 후 반드시 소독을 해야 했다. 그 불편함 때문에 현재는 플라스틱제 일회용 주사기가 널리 쓰인다.
제1호 고압산소 치료기
First Hyperbasic Chamber Unit / 高壓酸素 治療器
세로 100cm 가로 236cm 높이 140cm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덕로 교수가 연탄가스 중독 환자 치료를 위해 1969년에 국내 최초로 제작한 고압산소치료기이다. 연탄가스 중독은 산업화 시기,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1960~70년대에 매년 70만 명 이상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었고, 그중 3천여 명은 목숨을 잃었다. 목숨을 건진 이들도 사지마비와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라도 초기에 발견하여 밀폐된 고압산소탱크에 넣으면 소생할 수 있었다.
윤덕로 교수가 제작한 고압산소치료기를 시작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고압산소치료실에서는 1969년부터 1978년까지 10년간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2,202명의 생명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