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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Jul 05. 2021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19

19화 그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

그가 그렇게 프러포즈를 한지도 어느덧 반년 정도가 지났다.  그녀가 그와 함께 진지하게 결혼 준비를 하자 라고 말하고 나서 그녀는 뭔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건 아마도 상대방의 존재가 나에게 더 의미 있어지고 내가 상대방에게 더 의미 있어진 만큼, 서로의 인생에도 개입을 해도 된다는 마치 '자격'같은 것을 얻었다는 착각에서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만큼이나 너에게 했는데 너는 나에게 이렇게 밖에?'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더 상대방을 생채기를 내고 원망의 말을 쏟는다.


그녀도 그랬다. 그의 프러포즈에 부응해 엄청 큰 결심을 했고 엄마를 어떻게 설득할지, 부모님께 언제 어떤 타이밍에 어떤 선물을 가져가야 할까. 인사는 어떻게 드릴까 등등 그녀는 고민이 많은데 반해 그가 그 이후 별다른 행동 변화가 없고 여타 이러저러한 말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해진 그녀가 결국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냐고 말을 꺼내자 그의 대답.


"음? 내가 말 안 했나? 나 요즘 몇 달째 무서운 속도로 학자금 갚고 있는데, 이제 벌써 얼마 안 남았어요 빚 갚는 거. 신협 직원이 놀라면서 이렇게 갚을 수 있는데 그동안 안 갚았냐고 하더라고"

"헐... 근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해요..."ㅜㅡㅜ

"어.. 나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안 했나 보다. 미안해요. 빚 다 갚고 우리 결혼 자금도 얼른 모아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말을 안 했었네" 


그는 항상 이런 식이 었다. 말이 많거나 앞서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행동으로, 시간으로 그녀에게 믿음을 안겨줬다. 그녀와 서로 하기로 했었던 약속들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보고 있지 않아도 계속하고 있었으면서. 왜 말을 안 하냐고. 그렇게 물으면 그는 뭘 그런 걸 꼭 말을 해야 아냐.. 이런 식. 그런 그에게 그녀가 말한다.


"ㅇㅇ 나 말해줘야 알아요. 우리가 무슨 개미들처럼 더듬이로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자기 맘 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쟈기 생각들, 하고 있는 고민들, 같이 나눠주고 말해줘야 알지.."


그 말을 하면서 언젠가 그에게 크게 화냈던 일화가 그녀는 생각났다.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던가, 주로 그들 사이에서 맛집을 찾거나 데이트 코스를 결정하는 건 그녀였는데 그날도 그에게 한 두 가지 옵션을 주고 뭐가 좋냐고 그에게 물어봤었다. 항상 거의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재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난 다 좋아" 였기 때문이었다. 그날 그녀는 그에게  "하다못해 C가 거절하고 친구들이랑 밤새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가끔 학원 쉬는 날에 친구들과 밤 새 게임을 하고 놀 곤 했다) 그가 정말 선호하는 걸 알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녀도 안다. 그가 정말 그녀에게 맞춰주고 싶은 맘이란 것을. 그래도 C가 항상 그녀에게 맞추다 보면 그녀는 그게 C가 진짜로 다 하고 싶은 거라 오해?! 하게 되고 정작 C의 선호가 무엇인지 그녀가 알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배려는 말 그대로 '마음을 쓰는'행동이다. 쓸 마음의 여유기 없는 순간, 그러나 상대방에게 늘 배려했어야만 하는 관계가 오래갈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C는 아마 본인이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없을 때 그녀를 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C에 대한 전문가로 거듭났다. C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사람이다.  일단 C는 눈치와 상황판단이 빠르다. 재이랑 데이트하는 중에도 옆 커플이 왜 싸웠는지, 뒤에 어색한 남녀가 선을 보는지 소개팅을 하는지 꿰뚫고 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게 C가 그들의 대화에 집중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좀 서운해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는 재이의 말을 다 듣는 와중에 그게 다 되는?! 멀티태스킹에 좀 능한 편이었다. C는 눈치와 상황판단도 빠르지만 거기서 본인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머리 회전도 빠르다. 그래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 판단과 거기에 알맞는 리액션을 잘한다. C는 거의 대부분 오픈마인드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한다거나 상대방에게 본인의 생각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는 '아,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좀 다르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견에 굳이 반대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다름'을 인정하고 넘어간다.


예전부터 그녀가 그에게 말했었는데 그는 연예인 유재석의 성격을 닮았다. 유재석은 본인이 본인의 얘기로 튀지 않고 상대의 색깔을 살려주는 사람이다. 상대의 얘기를 듣고 배려도 잘해주며 리액션도 좋고 눈치와 상식도 풍부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끝도 없이 진솔해지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그에 반해 유재석 본인의 얘기나, 본인의 선호, 본인의 얘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방송생활에서 그의 주요 역할이 그래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그렇게 상대를 살릴 수 있는 데에는 그만큼 본인을 상대의 대화 색깔에 맞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재석은 퇴근?! 하고 나면 본인만의 휴식타임이 꼭 필요한 사람일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추측이다.


그런 C를 알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었다. 재이는 C의 선호와 취향을 미묘하게 달라진 그의 눈빛으로, 말투로, 비언어적인 어떤 것들로 알아채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노력?! 은 헛되지 않았는지 그는 재이에게 그녀가 가장 그를 잘 이해해주고, 그녀와 있을 때 가장 자신 본연의 가장 자연스러움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며 그녀에게 최고의 칭찬을 날려주었다. 그건 그로 하여금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였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세 번째
서로 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꾸밈없는 본연의 모습으로 솔직해져도 괜찮은 관계. 그것은 무례함과 상처를 주는 관계가 아니라, 마치 상대방이 나의 돌아가야 할 홈타운처럼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관계이다. 바깥에서 아무리 힘들었어도 내 집에 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럽고도 포근한,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제 그에게 그녀는 그의 부모님보다도 속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연인이고 동반자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는, 그녀가 무엇을 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이 세상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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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합니다

*다음 화를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에필로그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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