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이 Oct 16. 2023

70시간의 단식일기

1화. 왜 갑자기 단식이 하고 싶었을까



 

70시간, 무려 3일의 단식이라니. 인간이 3일을 굶어도 괜찮단 말인가. 속이 쓰리진 않을까? 몸이 상하진 않을까 걱정을 하며 자기 합리화의 과정에 들어서고 있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친한 동생 S가 속삭였다. S는 키가 훤칠한 모델 같은 동생이었는데 다리가 길고 늘씬한 체형의 그녀는 몇 번 단식을 했던 경험을 그녀에게 말해주며 조언했다.


“언니, 단식은 삼일은 해야 몸속에 안 좋은 노폐물이나 숙변이 빠져나가고 그때부터는 오히려 기운이 나고 살도 잘 빠져~ 내가 몇 번 해봤으니까 이번에 나도 같이하면서 해보자! “


오.. 안 그래도 최근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뽐뿌를 한껏 받은 그녀는 살면서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오겠나 싶어 S가 살랑살랑 던지는 말을 덥석 잡았다. 혼자서는 자신 없어도 경험이 풍부한 S가 함께하면 성공할 것만 같았다. 단식이라는 새로운 경험에 들뜬 그녀를 보며 S 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전엔 내가 하자하자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근데 왜 갑자기 단식이 하고 싶은 건데?”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게. 왜 갑자기 거기 꽂혀서 단식이 하고 싶었을까? 대학생 때 위장병을 앓은 기억이 있는 그녀는 절대 굶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주의였다. 간헐적 단식 바람이 불며 간혹 16/8 주기까지는 해봤으나 하루 단식 이상 하는 것은 좀 버겁고 위장이 아파올까 봐 겁을 내던 그녀였는데.


“그냥,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내 몸뚱이밖에 없네.”


담담히 말하고선, 그녀는 속으로 자기가 뱉은 말에 놀라 되씹었다.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말을 뱉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랬다. 일이나 회사나 승진이나 휴직이나 퇴사나 그녀의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는 담담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나선, 결과는 세상에 맡겨버렸다. 내 속을 꿇여봤자,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는 걸 그녀는 이제 경험적으로 알았다.


머리와 몸은 점점 지쳐가는데, 그녀가 다람쥐 챗바퀴 돌듯 도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는 걸, 그녀는 내심 마음속에서 “어쩔 수없다면 즐기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생계에 자신을 내어주고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지워버리고 살다가 불현듯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이었다.


무언가 변화가 시작될 것만 같은 작은 희망의 바람이 살랑- 그녀의 코 끝을 스쳤다. S의 조언대로 마그밀과 감잎차, 그리고 좋은 소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죽염을 샀다.


시기가 중요했다. 단식을 시작할 타이밍. 3일이므로 중간에 음식에 대한 유혹을 최대한 피해 다닐 수 있는.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약속이 잡혀있지 말아야 했다. 최대한 내가 내 식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협조가 필요했다. 단식을 하면서 내가 요리를 할 만큼 나는 나를 과신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계획을 들은 남편이 이참에 본인도 요즘 배가 나온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며 1일 1식을 하겠다고 했다. 점심은 같이 굶고, 저녁은 본인이 차려서 아이랑 먹을 테니 그녀보고 음식 냄새가 힘들면 저녁에 산책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고마운 신랑. 이 남자는 참.. 말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이렇게 가족이 협조해 주면 더 든든하다. 그럼 그녀는 주말에 친정집에 가서 엄마를 위해 요리하는 토요일이 오기 전까지 음식에 대한 유혹 없이 단식을 할 수 있는 3일의 시간이 확보된다.


그렇게 그녀의 첫 70시간 단식이 시작되었다.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조의를 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