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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Nov 14. 2023

70시간의 단식일기

4화. 단식이 가져온 변화들

그녀는 그렇게 꾸룩 거리는 배를 안고 두 차례의 비둘기들을 날려 보냈지만 이미 48시간 넘게 들어간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원스럽게 그녀의 마음처럼 나오는 건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자고 난 이튿날, 삼일째 아침이었다. 그녀가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얼굴이 약간 묘하게 달라졌음을 발견한 건. 턱 선이 아주 조금이지만 달라져있었다. 요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턱이 두 턱이 되어간다며 걱정하며 각종 리프팅 크림과 괄사 기기 등 중력에 의해, 나이가 들어 살이 처진다고 걱정했던 그 턱 선이 묘하게 살아난 것.

“얼굴 살이 빠지나?! ”라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굶는다고 얼굴이 불쌍해지고 없어 보이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그래서 물도 열심히 먹어 수분 보충을 한다고 한 것인데 말이다. 그녀가 거울을 다시 한번 본다. 얼굴이 푸석해지거나 살이 빠져 움푹 패어 보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에이, 삼일째 되니 이젠 별게 다 빠진 것 같지!” 뭐라도 갖다 붙여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그녀의 집에서 그녀에게 바른말과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 체중계 위에 섰다.

어랍쇼,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눈을 비비적하고 다시 한번 올라가 본다. 진짜? 하는 마음으로. 아주 아슬아슬하게 내려오긴 했지만, 바뀌었다. 앞자리가. 아이 낳고 처음으로, 7년 만의 일이었다. 그 절대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내내 그녀를 제자리로 다시 돌려놓았던, 시지프스의 돌덩이처럼 다시 돌고 돌고 맴돌던 그 무게에서 드디어, 굴레를 조금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들뜬 그녀는 왠지 욕심이 났다. 거기서 조금 더 하면, 적어도 3일째 잘 버티고 잠을 자기만 해도 100시간도 해내지 않을까. 기분이 좋아진 삼일째 아침은 희한하게 어제까지 조금 나던 미열도 사라지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컨디션도 한결 나아졌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날 친정 엄마를 돌봐드리러 가는 길이었고, 엄마의 점심을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70시간의 단식의 끝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S는 첫 보식은 미음으로 시작해 흰 죽, 그다음에 야채죽, 그리고 고기종류는 최대한 나중에 먹으라고 했다. 단식보다 보식이 훨씬 중요해 언니! 라며 거듭 강조했지만 그녀는 엄마랑 먹는 첫끼인데 야채랑 고기가 풍부한 샤부샤부 먹으면 안 돼?!라고 칭얼칭얼 댔고 S는 속이 놀란다며, 그렇게 먹었다간 3일 단식이 하루 만에 도루묵이 될 거라며 칭얼 대는 그녀를 달래고 얼르고 혼냈다.


결국 그녀가 엄마에게 식사를 차려드리면서 차마 미음을 내갈 순 없었기에 다진 소고기와 호박 감자 양파를 사고 최대한 잘게 다져 소고기 야채죽을 끓여 엄마와 먹는다고 했다. S가 그녀의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한 발 물러섰지만, 그녀가 제대로 보식의 단계를 밟지 않는 걸 못내 아쉬워했다.

12시. 그녀의 70시간 단식이 막을 내리는 시간. 그녀가 끓이고 있는 야채죽의 냄새에 침이 고이며 결국 음식 앞에 항복한 시간이었다. 가뿐하다고, 하루쯤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의 생각은 야채죽 앞에 오만이었고 거만이었고 자신에댜한 과대평가였다는 걸.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간을 본다며 입에 야채죽을 대는 순간, 그녀는 금단의 열매를 맛본 것만 같았다. 소금 간에, 멸치 맛국물 육수만 낸 죽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이냐며. 그렇게 그녀는 엄마와 함께 소고기 야채죽 한 그릇을 세상 맛있게 싹싹 비워내고 단식을 끝냈다.


그날 저녁, 씻고 나서 물기를 닦다가 문득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가 또 약간 변했음을 느꼈다. 출산을 하고 나서 다른 데가 다 빠져도 유난히 변화가 없던 아랫배가, 들어갔다는 것을. 그리고 옆구리를 비롯한 허리선도 달라졌다는 걸. 그건 운동해서 빠진 것과는 달랐다. 그리고 다이어트 약을 먹거나 뭔가 그 간의 다른 다이어트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말 그대로 몸에 필요 없는 군살과 내장지방들이 한 꺼풀이 벗겨져 나간, 말 그대로 디톡스를 한 느낌이었다.


입맛도 더 민감해졌는데 소금 간이나 자극적인 맛이 최소 새배는 더 강하게 느껴져서, 저절로 담백하고 자극이 강하지 않은 음식을 찾게 되었고. 음식을 먹으면 몸이 온전히 다 흡수를 쪽쪽 하는 것이 너무 느껴져서, 차마 불량스러운 정크푸드를 먹는 건 삼일을 버텨낸 내 몸에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 건강한 자연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에 비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그전엔 물은 잘 안 먹힌다며 멀리하던 그녀였는데. 이상하게도 단식 후에는 보통식사를 하는데도 목이 마르고 물이 먹혔다.


그렇게 보식했다가는 금새 찔 거라던 S의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그녀는 잘 유지하고 있었다. 먹는 건 그냥 일반 식사를 동일하게 했지만, 16/8의 간헐적 식사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했고, 물도 틈틈이 먹으니 훨씬 몸전체의 순환이 더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보다 더 진정한 위너들은 따로 있었으니…



*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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