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톱'을 그대로 빼다 박은 안일한 자기복제.
비록 흥행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더라도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할 것 같은 영화들이 한 번에 쏟아진 금주 개봉작 중 첫 관람작으로 리암 니슨의 <커뮤터>를 택했다. (정확히는 퇴근 시간에 맞는 유일한 영화가 이 영화였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리암 니슨 배우가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감독의 전작들처럼 특별한 건 없더라도 최소한의 재미만큼은 선사한다. 다만 그것이 <논스톱>에서의 그것과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영화는 10년간 일했던 보험회사에서 해고당한 전직 경찰 마이클이 우연히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겪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통근 열차를 통해 퇴근하던 마이클은 의문의 여성 조안나에게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되고 그 제안을 거절할 새도 없이 그는 가족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영화에서 마이클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는 간단하다. 조안나가 제안한 대로, 혹은 명령한 대로 기차가 콜드 스프링 역에 도착하는 30분 안에 프린이라는 가명의 인물과 그의 가방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 설사 그가 그 임무를 중간에 포기하거나 제삼자에게 그에 대해 터놓을 시 즉각적으로 누군가가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의 가족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입장에서 마이클은 프린이라는 인물을 무사히 찾아내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는 최소한의 재미는 충분히 자아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조안나라는 여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가 찾기를 원하는 프린이라는 인물은 대체 누구인지 파헤치는 마이클에게 이입하게 되고 나 역시도 과연 누가 프린일까를 계속 추리하게 된다. 주인공이 열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말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끝끝내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내지는 못한다. 의문의 여성 조안나가 영화 내내 마이클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처할 때, 혹은 누군가를 의심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그에게 연락을 취하고 더욱 상황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그러한 과정의 대부분이 그저 우연스럽게 느껴진다. 더불어 프린의 정체와 함께 그 인물을 추적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정체가 밝혀지는 극후반부 역시 충격적이기보단 어딘가 느슨하고 밋밋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첫 문단에 썼던 바와 같이 감독의 전작이자 마찬가지로 리암 니슨과 호흡을 맞춘 영화 <논스톱>의 전개와 너무나도 유사한다는 것이다. <커뮤터>에서는 전직 경찰로, <논스톱>에서는 항공 수사관으로 등장하는 리암 니슨은 두 영화에서 모두 정체 모를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며 그 범인을 찾아냄과 동시에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의 다소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은 그 자신이 사건의 용의자로 내몰리게 되는 결과까지 낳고 마는 것까지 똑 닮아있다.
다시 말해, 그저 공간적 배경이 비행기가 아닌 열차로 바뀌었을 뿐 거의 모든 것이 <논스톱>과 유사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토록 안일하고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감독의 연출에 그저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우디 앨런 감독이 <매치 포인트>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이레셔널 맨>을 내놓았을 때처럼 제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그의 영화를 거의 그대로 답습한다면 영 못 미덥게만 느껴지기 마련인 만큼 이 자가 복제 역시 어딘가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리암 니슨은 자움 콜렛 세라와 함께 한 네 작품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 그리고 이 영화 <커뮤터>부터 그의 대표작 <테이큰>과 <툼스톤> 등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비슷한 성격, 비슷한 직업,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인물을 연이어 연기해왔다. 그리고 이번 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더 이상 이른바 리암 니슨 표 액션 영화는 신선하게 다가오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죽을 때까지 액션 영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의 액션 영화에 대한 미련을 꺾을 수는 없어 보이지만 최소한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는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 것이 그의 남은 커리어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부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