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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l 16. 2019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

전개는 진부하지만, 코미디만큼은 합격점.

19.06.19. @CGV평촌


간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넘쳐나는 금주 개봉작 중 첫 영화로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신작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을 먼저 관람하였다. 기대 순위가 썩 높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유일한 수요일 개봉작이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이 영화는, 확실히 <범죄도시>에 비해선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기기엔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조직의 보스 세출이 용역 현장에서 변호사 소현을 만난 후 새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마찬가지로 건달로 살다가 개과천선한 황보윤 사장을 따르기로 한 세출은 우연한 계기로 목표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국회의원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 한편 유력한 당선 후보인 최만수는 세출을 견제하며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계략을 꾸민다.


먼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는 115분의 러닝타임동안 한 순간도 크게 예측을 벗어나는 참신한 무언가를 선보이지 않는다. 새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건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는 초반 설정부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자아내며 쉽게 전개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세출이 뜻밖의 사건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정치에 관심없던 누군가가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을 주요 소재로 한 <댄싱퀸>을 연상시키기도.

그렇게 전형적인 플롯으로 극에 온전히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던 영화는 그럼에도 머지 않아 나름의 흥미를 자아낸다. 마치 10년 전에 본 것 같은 스토리가 연이어 펼쳐짐에도 그것이 충분히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재미를 선사한달까. 특별한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채 비슷한 장르 영화에서 익히 봐 온 것들이 정석처럼 진행됨에도 마냥 진부하고 식상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온다.


전작 <범죄도시>처럼 시원한 액션이나 통쾌한 유머가 주를 이루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 요소가 충분히 극의 활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어쩌면 충분히 예상 가능함에도 등장 자체로 웃음을 선사하는 카메오의 활약부터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에 확실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자칫 <해바라기>나 <강남 1970>, <프리즌>에서 봤던 캐릭터의 유사 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세출 역의 김래원 배우는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연기로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며, 최귀화, 진선규, 홍기준, 최재환 등 주조연급의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 역시 마냥 새롭다곤 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의 연기력을 살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짱구 역을 맡은 유희제 배우는 감독의 전작 <범죄도시>가 진선규와 김성규라는 배우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그가 주목받지 않을까 싶을 만큼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렇게 전형성 속에서 무난한 재미를 이끌어내며 러닝타임 내내 적잖은 흥미를 선사하는 것은 사실이나, 가끔씩 캐릭터들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조금은 선을 넘는 것처럼 느껴지는 몇몇 대사들의 활용, 그리고 그것이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때때로 전체 흐름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로맨스 요소의 활용은 다소 아쉽다.

어쩌면 곱씹어 볼수록 허점들이 눈에 띌 영화이자 유사 장르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확실한 개성은 갖추지 못한 영화처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계속해서 이야기했듯 새롭지는 않을지언정 충분히 흥미롭고 충분히 통쾌하니 그냥 이 정도만으로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다만 감독의 세번째 영화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장르와 스타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은 물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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