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난관을 마주했을 때
내게 가장 쉬운 일은
도피다
모든 희망과
사랑을 끊어내는 일따위도
이젠 식은 죽 먹기다
서슬퍼런 냉정함으로
사랑의 폐부를 찌른다
나는 네가 없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아
나는 너가 없어야
편해질 것 같아
이젠 지쳤어
나를 혼자 있게 해줘
살쾡이 눈으로
이 세 마디를 하면
십중팔구
모두 내 곁을 떠나간다
그렇게 혼자가 되면
참으로 솔직해진다
떠나지마
나는 외로워
가지마
날 안아줘
함께 있어줘
가엾어라
하염없이 울부짖지만
내 곁엔 아무도 없다
내게 가장 쉬운 일이자
가장 아픈 일에 대한 고백
모두 내가 만든 일이지만
결코 만들고 싶지 않은 일이다
도망치지 않는 법보다
더 쉬운 일이 있기를
스스로 자신의 난관 속으로
들어가는 일뿐이겠지
아픔을 느끼고
저 멀리 돌아갈 필요도 없다
스스로에게
반 발자국만 다가가도 충분하다
내 안에
덧난 부위를 꺼내
감상할 수 있으니
절호의 기회가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