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임신을 했다
방방 뛰고 싶을만큼 기뻤다
아기가 태어나면
뼈가 말랑하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려나
그런 기쁨의 주책을 떨기도 전에
임신의 고통을 알게 됐다
입덧이라는 말만 들었지
친구의 하루는
축복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입덧이 나아질 거라며
기도하던 날들
소양증과 두통이 괴롭혔다
온 몸이 간지럽다 못해 따가운 느낌
그만 참지 못하고
벅벅 긁다 손톱에 피가 맺히는 날이 늘어간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이러다 미칠 것 같아'
아기는 엄마의 기를 빼앗는 것마냥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
못내 얄미웠다
나를 무정하다 해도 소용없다
생판 모르는 태아보다
내 친구의 아픔이 더 쓰라린 법이니까
의사는 약을 처방해줬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임신이 이토록
친구를 고되게 하는 일이었다니
아픈 당사자만 빼고
모두 축제인 분위기가
못내 불쾌하다
임신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