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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Jul 02. 2022

여름과의 재회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습도


여름은 그 공기를 머금고

녹음을 짙게 만들었나


작년 여름에 알맞던 샌들이

올해 여름이 되니 쓰라리다


가죽이 모두 헤졌나보다


내 각오도 그렇다

질겨서 끊어지지 않을 것 같더니만

한 해가 지나니

포기다


이 더위처럼 부질 없던 걸까


울창한 공원

아픈 샌들을 신고 걸으며 생각했다


이 샌들이 지금은 아프지만

그땐 꽤 유용했다고

유의미했다고


꼭 결실을 맺어야만

의미있는 게 아니라고

아픈 발과 샌들을 위로한다

각오도 위로한다 


일 년 전 여름이 어땠나

작년 일기장을 펴본다


빼곡한 글자를 보니

하루하루 정채롭게 살았구나

잘 알겠다


그리운 순간

다감한 그대가 있어

우리는 청명했다


여름을

재회하며


에어컨 앞에 앉아

새로운 각오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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