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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Nov 16. 2019

살기, 살아내기

사랑에 집중하기


몇 달에 한번 할머니는 절에 가셨다. 할머니가 절에 가면 하루 동안 오시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을 나를 걱정했다. 지금이야 혼자서도 무척 잘 자지만, 어렸을 때 나는 혼자서 자는 걸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떠나기 전날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다.

“푸름이 혼자 자야 하니께. 누구라도 와서 자그래이.”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한 명 혹은 여럿이서 집에 와서 자야 했다. 그때 아마 가족들은 꽤나 귀찮았을 거다.      


할머니가 나를 걱정해주던 때가 생각났다. '맞아, 나 그렇게 사랑받았던 아이였지.'


할머니가 떠나고 늘 내 생각뿐이었다. 왜 '나'를 두고 갔냐고, 왜 '나'를 혼자 두냐고 원망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주었던 사랑은 잊고 있었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은 맘에 내 삶을 절단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미련하지만 그들 곁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엄마와 할머니 걱정이든다. 내가 죽으면 엄마랑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까. 다들 당신들 탓을 하겠지.' 이제는 '나'가 아닌 '당신들'을 생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가기로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되니, 우선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삶이라도 이어가 보자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엄마와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나의 삶을 지켜내 보자고 다짐도 한다. 울어도 괜찮다고. 꿋꿋이 살자며, 어금니에 오기를 앙 물었다.


밤에 잠들기 전,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때 마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꾹꾹 눌러 쓴다. 가끔 시련이 생기면, 모두 다 잘 될 거라고, 잘 이겨낼 거라고 적는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다짐도 적는다. 날마다 잉크를 들여 적어 놓으면, 그렇게 될 것만 같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장 잘 아는 내가 나를 응원하니, 격려가 된다. 아무래도 엄마와 할머니가 나를 보면 대견스러워할 것 같다. 나중에 만나면 분명히 나를 칭찬해 주시겠지. 그 날을 기약하며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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